[또 다른 차별, 장애인금융 下] “법보다 사회적 인식 개선… 차별 없는 금융서비스 제공해야”

입력 2018-07-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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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장애인 금융서비스 개선은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시행 이후 더디게 성장했다. 각 금융회사는 점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보이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을 도입했고, 금융당국도 매년 장애인 금융 관련 간담회를 열어 개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애인 금융서비스를 비장애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부와 금융당국의 보다 강력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인권 전문가로 활동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20일 장애인 금융서비스 개선과 관련해 한국 사회의 장애인 인식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염 변호사는 “장애인 금융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제도 문제도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분이 더 크다”며 “장애인이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풍토가 있었기 때문에 금융권이 특히 장애인 금융서비스를 거부하거나 제한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장애인에게 동등한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며 단순히 복지 차원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했다. 아울러 금융권의 저조한 장애인 고용 실태와 관련해 “사실 장애인은 일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이나 자격요건을 못 갖춰 (구직 기회를 놓친) 경우도 있다”며 “배움의 기회를 비장애인만큼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과정에서의 편의 제공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 서비스 소외의 당사자인 장애인협회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감독과 개입을 주문했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김병수 소장은 “법제화를 통해 강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실제적인 접근성 준수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감독기관의 소극적인 자세가 문제”라며 “금융권 웹 사이트, 모바일 앱의 서비스가 장애인과 노약자 등을 배려하기 위한 개발의 의지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면피성’ 장애인 행정처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연구원은 “민원처리 과정이 (매년)반복된다”며 “매번 (협회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하다가, 정작 시간이 지나면 (담당자 교체와 정책 변화 등의 이유로) 잊혀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장애인 관련 문제를 장기적으로 꼼꼼히 처리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빨리 처리해야 할 문제로 취급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금융서비스 차별 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염 변호사는 “금융기관에서 경증 지적장애인은 굳이 후견인이 필요 없는데 후견인을 선임해서 대동해 오라는 등의 요구를 계속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김 연구원은 “정책 실무나 업계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 없어서 (장애인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정책이나 조치가 피상적인 차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또 “담당자들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다. 실무자들과 기껏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해도 바뀌어버리면 다시 논의를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부지기수”라며 정부의 장기적인 장애인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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