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여부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11일부터 3개월 후인 10월 중순께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맡았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 6월 원유 수급 불안을 이유로 상장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오일뱅크의 상장을 재추진하는 이유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 조달 이슈 때문이다. 조달자금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지주사인 로보틱스의 계열사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한 재원으로 쓰일 전망이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거래소와 사전 협의 단계에서 자회사였던 쉘베이스오일을 공동 기업으로 회계 처리하는 강수도 뒀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이 커지면서 유사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응이다. 오일뱅크의 쉘베이스오일 지분율은 60%지만, 공동 주주인 쉘과 체결한 지분 옵션 약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작년 높은 실적을 거둔 점도 올해 상장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다. 작년 현대오일뱅크는 수정사항 반영 기준,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액 16조3873억 원, 영업이익 1조1378억 원, 당기순이익 9379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오일뱅크 상장 이벤트로 기대가 크다. 지분을 91.1% 보유한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도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74% 오른 35만 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최고 35만4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흥국증권은 분석보고서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로 9조3000억 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자회사 가치의 보수적 회계 처리 사안을 고려하지 않았다 해도 충분히 높은 수치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2018년 EBITDA 1조5800억 원에 EV/EBITDA 7.7배를 적용해 영업가치 12조2000억 원을 구한 후 순차입금 2조9000억 원을 차감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증설 효과가 반영되며 추가 업사이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최근 유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기업가치 산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기준 상장 정유사인 S-Oil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92배, SK이노베이션은 8.49배, GS는 4.87배다. 이는 2012년 정유업계 PER이었던 12~13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유 기업들은 유가 방향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 작년 실적이 좋았다고 올해도 좋으란 법은 없다”며 “아무리 가치를 높게 평가해도 10조 원은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