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잇따라 전략 수정에 나섰다. 테슬라가 중국 전기차 공장설립을 확정했고 독일 BMW도 중국생산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면 미국 GM과 할리-데이비슨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다. 트럼프 정부가 이처럼 궁지에 몰릴 경우 한국과 일본차에 좋지 않은 여파가 불어닥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상하이시 정부는 10일 “테슬라가 연간 5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자유무역지대 ‘린강(臨港)개발특구’에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가 외국에 계획 중인 공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테슬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이들이 중국 생산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무역전쟁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 6일부터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가 시작된 이후 테슬라의 중국 가격은 모델별로 25~35% 올랐다.
빅3 가운데 하나인 GM 역시 마찬가지. GM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비용 증가와 다른 국가의 보복 관세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멕시코에 짓기로했던 SUV 신공장은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통이 깊은 모터사이클 회사 ‘할리-데이비슨’도 미국을 떠난다. 유럽연합(EU)의 미국산 보복관세를 피해 생산시설 일부를 해외로 옮긴다. 라이벌인 ‘인디언’ 모터사이클 역시 아이오와주의 공장 일부를 유럽 폴란드로 이전할 예정이다.
미국에 SUV 생산설비를 둔 독일차 역시 마찬가지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현지 언론 ‘포스트앤드쿠리어’는 “BMW가 중국 생산량을 확대하는 대신, 미국 스파턴버그에 있는 공장 생산감축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BMW 미국법인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지만 중국이 미국산 BMW에 대해 40% 관세를 부과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속속 미국을 떠나는 이른바 ‘아메리칸 엑소더스’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연일 트윗을 통해 해외 공장 이전을 결정한 회사를 맹비난 중이다. 할리-데이비슨을 향해서는 “종말을 맞을 것” “전에 없던 엄청난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에서 초반 판세가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옮겨가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궁지에 몰리면 한국과 일본, 유럽차를 겨냥한 무역확장법 232조의 강행해 수입차 관세 25%를 최종 확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3월 통상교섭본부의 조직을 확충하면서 신통상질저전략실과 통상협력국 등을 개편했지만 아직 수장이 공석인 상황”이라며 “기업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