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빅테크…구글·페이스북 등 혁신 가로막는 독점 구조 형성

입력 2018-07-0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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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빅테크, 혁신 해결책이자 문제점…정부 규제 강화해야”

▲5월 25일(현지시간) 파리 비바테크 행사에 구글 로고가 표시돼 있다. 최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이 혁신의 동력이자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IT 업체들은 미국 경제의 자부심이자 혁신 동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빅테크의 어두운 단면을 소개했다.

로고프 교수는 “빅테크의 혁신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생산성 성장 속도가 늦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를 표현하는 이론이 로버트 솔로우가 1987년에 내놓은 ‘솔로우의 생산성 역설’이다. 그는 “컴퓨터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 역설이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빅테크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형성한 독점 구조다. 한때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 야후와 경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신생기업이 빅테크에 도전하기 어려워졌다. 빅테크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생 기업의 수익 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 젊은 기업가들이 빅테크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으며, 기업들은 마음만 먹으면 신생 기업의 아이디어를 가로채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과 서비스에 쏟아붓는 자본이 혁신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검색엔진 등 빅테크의 수익은 여전히 그들의 핵심 사업에서 온다”며 “새로운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썩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빅테크의 신제품 개발은 잠재적인 경쟁자의 싹을 자르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빅테크의 독점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5월 초 구글은 보석금 보증 회사의 광고를 금지하며 “이 회사들은 저소득 계층이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을 때 수익을 올린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구글의 이런 광고 금지 조치는 단순한 유해 광고 차단을 넘어 데이터 독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그동안 매체들이 광고를 선택해왔지만, 어떤 곳도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지배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해 광고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하다. 보석금 보증 회사는 대부분의 주 정부에서 합법이며 규제 대상이다. 제프 클레이턴 미국보석금연합회 회장은 “구글이 항변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불평했다. 모리스 스투케 테네시대 법학과 교수는 “데이터 독점은 이전의 전통적인 독점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경제뿐만 아니라 사생활과 자율성,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와 로고프 교수 모두 정부의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개인정보가 가진 특수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빅테크를 규제하지 않았지만, WSJ는 개인정보 등 무형의 아이디어도 독점금지법의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로고프 교수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거나 구글이 웨이즈를 사들였을 때 규제 당국은 독점을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규제 당국과 정치인들은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빅테크는 혁신의 해결책이자 문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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