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튀는 미디어 전쟁 속 홀로 고요한 한국

입력 2018-06-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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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국제경제부 기자

“역사상 미디어 산업의 체스판을 가장 잘 구성했다.”

넷플릭스가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는 1억2500만 명이다. 2030년까지 3억60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미디어 업계는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체스판의 킹’ 넷플릭스를 잡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에 대항할 만한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구독료를 받고, 독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폭넓은 소비자층과 스트리밍 도구를 확보해야 한다. AT&T가 타임워너와 합병하고, 컴캐스트와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두고 인수·합병(M&A) 전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성 미디어는 신생 미디어 플랫폼과 거대 유통업체에 소비자를 몽땅 뺏기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약화하고, 방송 브랜드의 위상도 꺾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방송사들은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BBC, ITV, 채널4 등 주요 방송사가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공동 출시하기로 했다. 세 방송사의 오리지널 프로그램과 공통 투자를 통해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작·제공하기로 했다. 제공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온디맨드, 소비자 위주의 콘텐츠를 제공해 시대가 원하는 미디어가 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미디어는 어떨까. 방송사와 몇몇 미디어 플랫폼들이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지만, 로열티를 가진 소비자층을 확보한 회사는 드물다. 방송과 유통의 명확한 구분, 매체 중심의 고착된 경쟁 구도로 인한 비슷한 콘텐츠 수준 등 통·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만한 여건이 부족하다.

소비자 요구 변화와 시장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유료 TV나 광고주에 밀착하는 대신 미개척지의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니아 콘텐츠를 사들이는 등 시장의 저변을 파고들었다. “자신의 능력만 믿고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영광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던 헤이스팅스의 말은 한국 미디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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