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미적용' 총수家 지분 29~30% 상장사 내부거래 규제사 상회

입력 2018-06-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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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회피 목적 비규제 전환 회사 다수 확인…공정위 “제도개선 필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연합뉴스)

사익편취 규제를 받지 않는 총수일가 지분율 29~30%인 상장사(규제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계열사와의 상품·용역거래) 비중이 규제대상 회사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수의 규제대상 회사들은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규제사각지대 회사로 전환한 뒤 종전과 동일하게 계속해서 내부거래를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2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후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내부거래 실태 변화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매년도 지정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총수일가 소유 지분율 30% 이상 상장사·지분율 20% 이상 비상장사)와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사각지대 회사(총수일가 소유 지분율 20% 이상~30%미만 상장사)를 대상으로 했으며 2014~2017년 기간 동안의 내부거래 규모 및 비중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규제도입 전인 2013년 12조4000억 원에서 2014년 7조9000억 원으로 줄었지만 2017년에는 14조 원으로 증가했다. 2014년 이후 4년간 내부거래 전체 규모가 77.2% 늘어난 것이다.

내부거래 비중도 2014년 11.4%에서 2017년 14.1%로 2.7%포인트(p) 늘었다.

5년 연속 규제대상에 포함된 회사(56개사)의 내부거래 규모의 경우 2014년 3조4000억 원에서 2017년 6조9000억 원으로 늘었으며 그 비중도 11.6%에서 14.6%로 확대됐다.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인 총수일가 지분율 29~30%인 상장사의 평균 내부거래 규모(2014년 5000억 원~2017년 8000억 원)가 사익편취 규제 회사(2014년 500억 원~2017년 700억 원)와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20.5%)부터 2017년(21.5%)까지 20% 이상을 보였다.

총수일가 지분율 20~30%인 상장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와 비교시 내부거래 비중은 작으나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2.9~3.9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것은 삼성생명, 이마트, 롯데쇼핑 등 외부 매출액이 매우 큰 일부 회사가 포함된 결과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규제 도입 이후 총수일가 지분율 하락 등으로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회사 중 계열사로 남아있는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등 8개사의 2014년~2017년 동안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규제도입 당시(2013년)부터 계속해 규제대상 회사보다 내부거래 비중‧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제외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 다른 규제 사각지대 회사인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모회사 지분율 50% 초과)의 경우도 규제 도입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규제대상 회사와 유사한 수준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유지됐다.

특히, 모회사 지분율이 80% 이상인 자회사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사각지대에 속한 회사들의 경우 규제 도입 전후 지분 매각, 비상장회사 상장 등을 통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심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A사의 경우 총수가 51.1%의 지분을 유지하다가 규제 시행(2014년 2월) 직후인 같은해 7월 계열사에 지분 6.99%를 처분했다. 이어서 2015년 유상증자로 총수의 지분율을 44.1%에서 29.9%로 감소시킨 후 회사를 상장해 사익편취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총수일가 지분율 100%로 설립된 B사는 2013~2015년 기간 총수일가의 지분 매각(매각 후 지분율 29.9%) 및 상장(2015년 7월)을 통해 사익편취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1982년 그룹 내 연수원의 급식 및 식음료 서비스업을 영위한 C사는 사익편취 규제 도입 직전인 2013년에 물적 분할을 통해 100% 자회사를 설립함으로써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가 상장사인 경우 내부거래 감시‧통제장치가 비상장사인 경우에 비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기준 상장계열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50%를 넘어서고 있지만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가결 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 비율은 여전히 1% 미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상장계열사의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 설치 비율도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내부거래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무한 실정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며 ”또한 사각지대 회사들은 처음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대상 회사를 상회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규제도입 전후로 다수의 규제대상 회사들이 규제를 회피한 후 사각지대에서 종전과 동일하게 내부거래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자회사의 경우에도 내부거래 규모 및 비중이 상당해 모회사의 총수일가 주주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을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국장은 "따라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에 공정위는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기업집단분과)를 통해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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