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정부는 1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전문가 의견을 듣고 경제적인 영향을 검토한 결과 가입 시 국내총생산(GDP) 증가, 산업경쟁력 제고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별 이해관계자와 국민의 의견을 조금 더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CPTPP 가입 여부에 관한 정부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CPTPP 가입은 사실상 확정한 상황에서 부작용을 줄이는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CPTPP는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2015년까지 모든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력체제(TPSEP)를 구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이 참여를 검토하면서 명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바뀌었다. 2010년 미국·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호주, 2011년 멕시코·캐나다, 2013년 일본까지 총 12개국이 참여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TPP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비판하며 2017년 1월 TPP에서 탈퇴해 변수가 생겼다. 12개국 중 전체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미국의 탈퇴로 TPP가 와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일본의 주도로 11개국은 2017년 11월 1000개 이상의 항목 중 의약품 특허 보호 등 미국이 그간 강력하게 주장해 오던 22개 항목만 동결하고 기존 협정문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때 명칭이 CPTPP로 변경됐다.
CPTPP는 올해 3월 8일 11개국이 공식 서명했고, 일본과 멕시코가 비준을 마쳤다. 가입국의 절반인 6개국 이상이 비준을 마치면 60일 이후 발효된다.
CPTPP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가입할 경우 사실상 처음으로 국내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 일본도 쌀 시장 개방에 반대했으나 협상 타결을 위해 개방을 결정했다. 또 수출국들의 유전자조작농산물(GMO)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국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기업 우대금지 사항 등이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 정부의 농협 등을 통한 농업 지원 정책이 불가능할 수도 있는 셈이다.
문제는 관련 업계와 제대로 된 공청회 하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에야 ‘CPTPP 농업 분야 영향 및 대응방안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에 들어갔고, 8월에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10~11월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하기로 했다.
애초 6월 말까지 CPTPP 가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부처 간 검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 고위관계자는 “농림부 연구용역 결과와 상관없이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가입할 때처럼 CPTPP를 반대하는 집회 및 시위가 광화문에서 열릴 판이다.
국민을 고생시키기 전에 조속한 결정보다는 폭넓은 소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