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전국망 3.5GHz 업체당 100㎒ 총량제한 걸려 눈치싸움 치열…미래 ICT 성패 열쇠에 경매가 4조 넘을 수도
통신판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5G 주파수 경매가 시작됐다. 최소 경매가가 3조3000억 원에서 시작하는데 경쟁 강도에 따라 4조 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도 있다. 주파수 확보가 향후 수년간 통신사업의 명운을 결정하는 만큼 이통 3사 모두 각오가 비장하다. 다만 너무 높은 금액을 제시해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도록 적정가를 제시해야 하는 만큼 치열한 두뇌 싸움에 들어갔다.
15일 5G 주파수 경매 입찰을 앞두고 4일 이통 3사는 각사의 전략이 담긴 주파수 경매안 제출을 마무리했다.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순으로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간격을 두고 과기정통부에 희망 주파수 대역·용량(대역폭)을 담은 신청서와 주파수 이용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번 경매는 매물과 입찰가격 모두 역대 주파수 경매 중 최대 규모다. 매물로 나온 3.5㎓ (기가헤르츠) 대역 280㎒(메가헤르츠) 폭은 2조6544억 원, 28㎓ 대역 2400㎒(메가헤르츠) 폭은 6216억 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2개 대역을 합치면 모두 3조2760억 원에 달한다.
현재 이통 3사가 사용 중인 주파수 전체 대역폭이 410㎒인 점을 고려하면 7배에 달하는 규모다. 입찰 최저가도 사상 최대다. 앞선 주파수 경매 최저 입찰가격은 2011년 1조2000억 원, 2013년 1조4000억 원, 2016년 1조8000억 원이었다.
5G는 4G보다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고 연결 가능한 기기도 10배 이상 많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을 실행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경매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통사들이 자칫 5G 주파수를 원하는 만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사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5G 핵심 주파수인 3.5㎓ 대역이다. 정부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는 3.5㎓ 대역에서 한 사업자가 낙찰받을 수 있는 한도(총량제한)를 100㎒ 폭으로 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가 ‘100·100·80’이나 ‘100·90·90’ 등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는 만큼 과열경쟁은 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저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된 데다 경쟁이 가열되면 4조 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과거 4G LTE 경매를 주관했던 방송통신위원회도 당초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경매에선 최저 경쟁가격이 4455억 원이었던 1.8㎓ 주파수가 83번의 입찰을 거치며 가격이 폭등해 결국 SK텔레콤이 2배나 높은 9950억 원에 최종 낙찰받았다.
이통사들은 이미 주파수 경매 전담반을 꾸리고 준비를 마쳤다. 자사에 유리한 주파수를 적정 가격에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경매 전략으로 꼽힌다. 이통사 관계자는 “일단 필요한 주파수는 모두 확보하는 게 제1전략”이라면서도 “4G LTE 때처럼 너무 높은 경매가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해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