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렉시트’ 불안에 딜레마 빠진 드라기 ECB 총재…긴축 전환 연기하나

입력 2018-05-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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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당초 연말 양적완화 종료 염두에 뒀으나 계획 무산 위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가 끝나고 나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이탈렉시트(Italexit)’ 불안이 최근 고조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ECB는 양적완화 종료 등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는 것을 염두에 뒀지만 이탈렉시트 불안에 이를 미룰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총선 이후 지금까지 무정부 상태에 있다.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성향의 동맹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들이 정권을 쥐게 되면 유로존 탈퇴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날 이들이 유로존 회의주의자인 파올로 사보나 대신 새로운 인물을 경제장관에 지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소강상태에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인 이탈리아은행 총재 출신인 드라기는 자신의 모국이 유로존 안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에 그는 시장 혼란을 억제하면서도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종료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드라기는 이미 최근 불거진 정국 혼란 이전에도 ECB 총재 임기 내내 모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완화해야 하는 과제에 시달렸다. 이탈렉시트 불확실성이 새롭게 급부상하면서 드라기와 그의 동료들은 긴축으로의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탈리아에 ECB가 너무 휘둘리게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드라기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ECB는 올해 말 자산매이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내년 중반께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올 들어 유로존의 경제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이탈렉시트 불안까지 겹치면서 ECB는 다시 신중 모드로 접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노무라홀딩스의 이아오니스 소코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ECB가 좀 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우리는 ECB가 내년 9월 첫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

특히 이탈리아 정국 혼란이 투자자들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현지 은행들의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으로 번질 경우 ECB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문제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이미 재정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상태다. 유럽은행감독청(EBA)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현재 떠안고 있는 부실대출은 8130억 유로(약 1024조 원)에 달하며 이중 상당수를 이탈리아가 차지하고 있다.

ECB는 ‘무제한 국채 매입프로그램(OMT)’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제는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엄격한 재정 규약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오성운동과 동맹 등 포퓰리즘 정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한편 드라기는 고국에서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탈리아 언론매체들은 최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사보나 지명을 거부하는 어려운 결정에 앞서 드라기, 이탈리아은행 관리들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은행은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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