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도금 지급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입력 2018-05-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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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전원합의체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부동산 매도인이 계약금에 중도금을 받은 상태에서 이중매매를 할 경우 배임죄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권모(68) 씨의 상고심에서 부동산 이중매매 부문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다만 5명의 대법관은 원심판결에 옳다고 인정했다.

권 씨는 2014년 8월 서울 가산동에 있는 자신의 소유 1층 상가 건물·토지 매도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2억 원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중도금 9억 원을 받았고, 매매 계약에 따라 11월에 잔금 5억8000만 원과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남긴 상황이었다.

그러나 해당 상가 임차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2015년 11월까지 식당을 비워줄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매매계약에 따른 부동산 인도를 못 하게 됐다.

권 씨는 1차 계약자들과 계약 위반에 대한 손해합의금 등에 대해 다투던 중인 2015년 4월 제3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상가를 15억 원에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끝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중도금까지 받은 권 씨가 형사소송법상 배임죄 성립 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가 발생했는지다.

권 씨 측은 1차 매매계약은 이행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고, 매수인 측이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소유권이전등기 의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1심은 "부동산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아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며 권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배임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계약에 내포된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며 "계약이행 불능 과정에서 권 씨와 피해자들이 소유권 이전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없었다"고 무죄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그동안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 받은 후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를 유지했다.

전합은 "중도금이 지급된 상태에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는 만큼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하면 배임죄"라고 판단했다.

전합은 "부동산 매매대금이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한쪽에서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에서는 소유권 이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창석ㆍ김신ㆍ조희대ㆍ권순일ㆍ박정화 대법관은 "부동산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 의무나 매수인의 대금 지급 의무 모두 매매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며 "중도금이 수수됐다고 이러한 사무가 변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상고기각 의견을 냈다.

한편, 권 씨는 자신의 운영하던 기업의 회계장부를 조작해 은행 직원과 짜고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등의 병합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전합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배임죄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형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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