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은 보직 이동 배경에 대해 “스포츠마케팅 연구 담당이라는 직함대로 연구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다양한 대외활동으로 쌓은 경험을 종합해 스포츠마케팅을 연구하고, 연구성과를 통해 삼성의 브랜드 파워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또 마케팅 전문가, 경영전략 전문가 등 연구소 내 전문가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의 그동안의 행보는 연구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이번 인사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에는 스포츠 관련 연구 조직이 없었는데, 이번에 김재열 사장 이동과 함께 새롭게 생겼다. 김 사장이 맡은 직책은 스포츠마케팅 연구 담당이다. 스포츠마케팅 연구 담당은 삼성경제연구소에 없던 직책이다. 기업 계열 연구소에서 스포츠를 따로 연구하는 곳은 거의 없다.
더구나 이번 인사에는 김 사장을 포함해 제일기획에서 함께 근무한 직원들의 이동도 포함됐다. 사실상 제일기획의 일부 조직이 삼성경제연구소로 넘어간 셈이다. 미전실 해체 후 계열사별로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봤을 때, 계열사를 넘나든 이번 인사는 다소 파격적이다. 또 제일기획 내부에서는 최근 인사나 조직개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발령이나 조직개편 없이 조직과 인력이 다른 계열사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김재열 사장의 삼성경제연구소 이동은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재열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중학교 동창이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는 삼성의 싱크탱크로 과거 미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미전실 해체 이후엔 지배구조 개편 및 신사업 전략 수립 등 사실상 삼성의 중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김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평창 올림픽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조정위원회 위원을 담당했다. 2014년 12월부터는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근무했다. 김 사장은 최순실 게이트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및 참고인 조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이동이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