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의 원견명찰(遠見明察)] 말과 글, 그리고 SNS

입력 2018-05-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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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서 자기의 생각을 전달한다. 말은 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지만 가끔은 자기 스스로에게도 자기 생각을 전한다. 특별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고는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라는 자각에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더욱이 그 생각의 내용이 천주교 신자라면 고해성사를 해야 할 만한 내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말하기 전에 세 번 더 생각해 보라고 선현들이 가르치고 있다.

글은 필화(筆禍)라는 단어가 있을 만큼 더 위험하다. 말은 주워 담을 수는 없으나 문제가 되면 본의의 의사와 다르게 표현되었다고 변명이라도 해 보지만, 글은 쓰고 난 다음에는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글은 죽지 않고 살아 남는다. 따라서 글을 쓰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글이 단순한 사실관계의 전달을 뛰어넘어 자신의 입장을 밝히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일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인간의 소통(Communication) 방식은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울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는 700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의 소통 방식이 기록돼 있다. 돌 위에 신호를 새김으로써 살아 있는 사람들 간에 정보를 교환했을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과도 무엇인가를 소통하고자 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전자신호를 활용해 소통한다.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는 물론이고 각종 사회적 소통망 서비스(SNS : 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한다.

그러나 소통의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말과 글이다. 말과 글이 아무리 위험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 소통해야만 한다. 소통의 수단은 인류사의 발전에 따라 변화했지만 말과 글이 있었기에 인류는 오늘날의 문명을 일궈낼 수 있었다. 한층 투명해진 현대사회는 리더의 자질 중에 가장 필수적인 자질이 소통 능력이라고 할 만큼 소통의 수단이 되는 말과 글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요한 시절이 됐다.

SNS의 세계는 동시(同時)소통의 세계이다.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내용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보고만 있는 것은 그 모임에 애정이 없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최소한 ‘좋아요’라도 눌러 자신의 존재를 전달해야 한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상대방에게 확인시키는 과정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는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SNS를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라고 러시아에 경고하는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단순한 사적 공간으로 생각되었던 SNS가 공적 외교 채널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말과 글의 위험성을 고려해 신중함을 기하라는 경고의 소리는 이제 세상 물정 모르는 옛사람들의 의미 없는 푸념이 된 것처럼 보인다.

현대의 소통 방안인 SNS가 동시성, 양방향성, 수평적 소통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몇 가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음을 상기해 본다. 특히 빠른 대응이라는 동시성의 장점은 자칫하면 부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더욱이 글로 표현된 부정확한 사실은 회복 불능의 필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 과도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말하듯이 쉽게 글을 쓰는 습관에 젖어들지 않았는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또한 SNS가 여론의 모든 것이라는 유혹에 빠져들지 않아야 한다.

공동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에는 상호가 대등하게 교류하는 수평적 소통이 정서적으로는 공감되겠지만, 감정이나 정서와는 별개로 이성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도 있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자기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을 돌아보는 겸손한 자세를 갖는다면 냉철한 이성이 판단하는 의사결정의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다수의 의견이면 모두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의 상호 존중이라는 경지로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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