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전기·시멘트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이 남북경제협력 움직임에 대비하고 있다. 남북경협 진행 시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종합상사도 주목받고 있다.
27일 현대로템 관계자는 “(남북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언급이 어렵지만, 경협 진행 시 공급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공급업체다. 북한의 경우 경제성장과 무관하게 철도차량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경제 낙후로 차량보다 철도에 의한 화물 운송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철도 인프라 규모만 놓고 봤을 때는 이미 남한을 능가한다.
정부도 철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철도를 개·보수하는 사업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부산을 시작으로 유럽까지 철도 물류 사업이 가능해진다.
이 외에도 발전·송배전용 전기장비를 생산하는 현대일렉트릭과 건설장비 회사인 현대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 등도 남북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도 남북경협으로 조명받는 또 다른 산업군이다. 정부의 SOC 사업이 확장될 가능성이 보이면서 건축물의 기본 원료로 쓰이는 시멘트 생산이 호조세를 보일 거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강원도에 공장이 위치한 해안사 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 인수)와 쌍용양회가 우선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상을 통해 육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멘트를 운송할 수 있다는 게 해안사가 지닌 장점이다. 단순 비교로 같은 거리를 운송하는 데, 해상의 경우 육상보다 약 1/9 싼 비용으로 유통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러 기업협의회’가 출범했다. 이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후원하며, 포스코대우, KT 등 기업들이 속해 있다. 또한,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해 “여건상 당장 실행되기는 어렵더라도 한-러 힘을 합쳐서 할 수 있는 사업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남북 관계 긴장 완화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대우와 현대상사는 현재 문 정부의 신북방정책에 맞춰 극동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거나 태양광 디젤 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상태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남북경협과 관련돼 진행되는 사업은 없지만, 경협이 확실시되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류정훈 기자 jungh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