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감독·지배구조ㆍ고금리대출 등 금융개혁 상당기간 표류 불가피
◇감독당국 수장 개인비리에 금융개혁 좌초 위기 = 당초 참여연대 출신의 개혁 성향인 김 원장의 임명은 파격적이었다. 김 원장 임명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현 정부의 진보적 인사들과 호흡을 맞추며 금융권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이 예상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약탈적 대출'을 언급하며 과감한 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김 원장 임명과 함께 큰 변화를 기대했지만 김 원장의 낙마로 또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김 원장 사퇴로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회사 고금리 대출,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 등 금융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현재 국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법률' 제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금융 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 개정 등 재벌그룹의 이해와 충돌하는 개혁 법안들도 김 원장 사퇴로 또다시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금융권도 김 원장의 사퇴 소식에 당황한 기색이다.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강성인 김 원장이 취임하자 반(反)시장 정서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오랫동안 누적된 금융권의 관행을 바로잡는 개혁을 위해서는 그가 적임이라는 기대감도 상존했다.
금융권 한 인사는 "금감원은 반민반관(半民半官) 성격의 특수목적법인으로, 정부의 금융정책을 시장에 직접 집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면서 "금감원이 장기간 표류하면 금융사들에까지 혼란이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임 인선에 금융개혁 성공 달려 = 한 달여 만에 두 명의 수장을 잇달아 잃은 금감원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당장 일상적 검사·감독 업무는 이어가고 있으나, 강한 동력이 필요한 일들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이후 주식시장 시스템 개편, 가계부채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한동안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최대 관심사는 차기 금감원장 인선에 맞춰져 있다. 금융권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 성공 여부가 후임 인선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융개혁을 위한 민간 출신 기용이 두 번 연속 실패로 끝나면서 정부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됐다. 다시 관(官)이나 학계 출신의 인사를 택하자니 강력한 금융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개혁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금융권의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신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이 무척 불안정한 만큼 이제는 불안감을 잠재우면서 조용히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