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석유화학업계가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는 여전한 모습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석유화학업계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진행된 2018 세계 석유화학 콘퍼런스(WPC)에서는 글로벌 화학산업을 현재 상황을 슈퍼 사이클의 초기 단계로 진단하고, 이 사이클이 2022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WPC는 산업정보 분석업체 IHS가 휴스턴에서 주최하는 세계 최대 석유화학 콘퍼런스다.
WPC에서는 부족한 설비 증설이 슈퍼사이클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지목하며 이와 함께 △안정적인 원료가격 △수요 증가 △M&A 증가 등이 슈퍼사이클을 이끌 것이라고 판단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WPC는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시작된 원가 사이클은 끝났지만 바로 이어서 공급 부족에 의한 수급 사이클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사이클이 이어짐으로써 장기 호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우려가 컸던 미국 ECC(에탄분해시설) 증설 영향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ECC 증설에 나서더라도 인프라 부족으로 에틸렌을 아시아로 직접 수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ECC 증설은 순차적으로 발생하나, 북미-아시아 간 폴리에틸렌(PE) 물동량 증가는 제한적”이라면서 “미국 PE 물량이 아시아 역내로 유입되기에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틸렌의 다운스트림 플랜트인 PE, MEG보다 ECC의 증설이 선행했기 때문에 향후 PE, MEG 플랜트가 완공되면서 다운스트림 공정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화학산업 진출과 중국의 시설 증설은 NCC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석유화학산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에쓰오일은 폴리프로필렌(PE) 기준으로 40만t, GS칼텍스는 상업 가동을 본격화하는 2022년 폴리에틸렌 50만t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정유사들의 진출이 당장 NCC들을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분야에 계속 진출할 경우 NCC는 원자재 수급과 제품 경쟁이라는 이중고를 떠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의 파라자일렌(PX) 시설 신·증설에 따른 수급 악화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중간원료의 중국 수출의존도가 약 90%에 달해 중국의 PX 신·증설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2016년 PX 생산량은 930만t이었는데 2025년까지 약 400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