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미국을 향한 보복 관세 반격에는 정치적 계산 숨어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보복 관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보복 관세에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고 6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EU는 지난달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서 EU를 제외하지 않으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미국 제품 명단 안에는 버번위스키와 크랜베리가 포함돼 있었다. 지난 4일 중국은 106개의 미국산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도 위스키와 크랜베리가 포함돼 있다. EU의 압박은 효과를 냈다. EU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일시적으로 면제받았다. 그러나 중국의 맞대응은 현재 진행형이다.
무역 전문 로펌 베이커메킨지의 로스 덴튼 무역 전문가는 “모두가 이러한 보복 관세를 정치 공학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EU의 관계자들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제품을 확인한 뒤 정치적인 고통도 발생할 지역을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분명히 고려했을 것”이라며 “동시에 해당 산업에 타격이 있을 시 대안 제품들이 있는지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스콘신주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주였으나 원래는 ‘스윙 스테이트’다. 스윙 스테이트는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주를 뜻한다. 2008년과 2012년 대선 모두 민주당의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위스콘신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위스콘신에서는 전 세계 크렌베리의 절반 이상이 생산된다. 동시에 미 공화당 하원의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5000만 달러(약 534억5000만 원) 상당의 미국산 크랜베리를 수입한다. 이것은 미국이 수출하는 크랜베리의 전체 15%에 달한다. EU는 1억3000만 달러 규모, 즉 미국이 수출하는 크랜베리의 38%를 사들인다.
이 때문에 중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이 크랜베리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 그러나 충분한 대체재를 검토했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위스키 역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일본 등에서 대체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위스키는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수출 규모를 자랑하는 효자 품목이다. 버번위스키는 켄터키주의 특산품이다. 켄터키주는 지난 대선 때 유권자의 63%가 트럼프를 찍은 지역인 동시에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원내대표의 고향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보운 연구원은 “보복 관세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화당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는 정말 알 수 없는 대통령”이라며 “그가 정책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즉 공화당 인사들을 압박하는 대응책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 제품을 대상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무로 선임 애널리스는 “중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보복 관세로 약 210만 명의 미국 근로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