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청년실업을 비롯한 일자리 확대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는 일자리 확대 정책에 따른 수혜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기업 고용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민간 기업체로 옮겨가고 있고, 최저임금이 인상돼 인건비 비용 부담도 커졌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 역시 처리되면서 기업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대기업보다 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더 문제는 심각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고려할 여력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얘기다. 문재인정부가 이번 주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실제 기업 현장을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는 미봉책 대신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고용을 확대하도록 세율 인하, 규제 완화 같은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영환경의 불투명성이 커졌다. 최근 미국 등 주요 국가가 보호무역을 앞세워 우리나라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금리·환율·유가 등 거시여건의 불확실성 역시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비용 지출이 보수적으로 바뀐 이유다.
마지막으로 채용방식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기업들은 과거 그룹 차원의 대규모 공채보다 계열사별로 자율 채용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채용 방식에 트렌드를 이끌어온 삼성도 지난해부터 계열사별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GS나 한화도 올해 계열사별 채용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그룹 공채를 하면서 필요한 인력보다 1.5배를 더 뽑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채용시장에서 상위권 인재들을 우선 데려온 후 그 가운데 월등한 인재를 선별한다는 것인데, 최근 계열사별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게 되면서 그룹 차원보다 채용 규모는 줄고, 계열사별로 우수 인재를 모집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또 공채보다 상시 채용 비중도 높아졌다. 수시 경력 채용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력을 뽑는 비용이 커지다보니 신입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과 규모를 줄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편, 최근 기업들은 신입 공채 선발 시 ‘직무적합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추세다.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단순한 스펙보다 실질적으로 업무와 연관된 지식과 적성, 자질을 가진 사람을 합리적으로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삼성은 올해 GSAT에서 상식 폐지했고, 현대차도 5년 간 진행한 역사에세이를 폐지했다.
‘블라인드 테스트’도 강화된다. CJ그룹은 지난해 도입한 ‘리스펙트 전형’을 영업직에서 E&M공연사업, CGV 마케팅, CJ오쇼핑 방송기술 직군 등으로 대상을 늘렸다. SK는 2015년부터 외국어성적, 수상경력 등의 기입을 제외시켰다. LG그룹도 2014년부터 스펙 란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