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검색앱 ‘모두의 지도’ 창업 후 푸드미디어 ‘그리드잇’과 합병…지난해 자체 브랜드 ‘발라즈’ 론칭…“창업은 남들에게 필요한 걸 하는거죠”
그 흔한 토익 점수 하나 없었다. 대학 4학년 때 만난 선배 벤처 창업가 덕분에 경험한 인턴 생활이 그를 스타트업의 길로 안내했다. 이문주(32) 그리드잇 대표의 이야기다.
‘오늘 뭐 먹지’라는 국내 최대 음식·맛집 커뮤니티 ‘그리드잇’은 전 세계 18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푸드 스타트업 회사다. 그래서일까. 인터뷰차 방문한 그리드잇의 사무실 곳곳은 회의실과 더불어 음식 촬영을 위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오늘 뭐 먹지’와 글로벌 푸드 미디어 ‘쿠캣’ 등이 발행하는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은 일상에서 새로운 음식을 알게 되고, 직접 경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음식을 눈과 귀로만 제공하던 그리드잇이 이제는 직접 제조-유통에까지 가담해 본격적인 음식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문주 그리드잇 대표의 사업은 대학 재학 중이던 2013년 ‘모두의 지도’에서 시작됐다. ‘모두의 지도’는 일반 지도 어플과 달리 원하는 조건들을 입력하면 관련된 곳을 지도상에 표현해주는 것이 특징이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가령 ‘밤늦게까지, 저렴하고, 콘센트가 많은’ 카페를 찾아 달라고 하면 이에 해당하는 곳을 지도상에서 쉽게 찾아주는 식이다.
모교인 고려대를 시작으로 신촌, 가로수길, 홍대 등 유명 상권을 찾으며 ‘모두의 지도’ 크기는 점점 커졌다. 그러다 스타트업으로서 한계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우리 힘만으로는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걸 느낄 때쯤 우리와 함께 투자를 받고 있던 그리드잇을 만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미 ‘오늘 뭐 먹지’라는 페이지로 2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던 그리드잇은 마케팅 능력이 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해 사업을 해야 할지 모르던 상황이었다. 반면 ‘모두의 지도’는 재미있는 서비스 기획을 할 수 있었지만 자금과 마케팅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두 팀이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술자리에서 합병을 이야기한 뒤 하루 만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합병된 두 회사는 그리드잇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면서 성장해왔다.
사실 미디어 채널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다. 광고주와의 관계로 인해 때로는 원치 않는 콘텐츠가 발행될 경우도 있다. 이 대표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은 컸다. 그는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대부분의 미디어 기반 회사의 수입원은 광고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린 최대한 맛있게 음식을 보여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경험하고 싶어 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음식에 한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광고에만 기반한 회사가 된다면 외부 의존적이 되고 유저가 아닌 광고주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어 미디어 채널이 무너지게 된다”고도 말했다. 그리드잇의 콘텐츠가 타 매체와 달리 홍보성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다.
최근 그리드잇은 유통채널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영상과 소리로만 자극을 주기보다 실제 경험하게 도와준다면 사람들의 실생활에 더 영향을 미칠 회사가 될 것으로 생각해 지난해 2월 자체 브랜드(PB) 식품인 ‘발라즈’를 론칭했다”고 말했다. 이후 해외 식품 수입과 온라인몰 운영도 병행하고 있다.
대학 시절 창업한 이 대표는 이제 막 창업을 계획하는 2030 세대에게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나도 생각이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창업 초반엔 주변 사람들에게 경험이 될 테니 누구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해보니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모든 이에게 창업이 맞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계발서나 강연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미치라고 말하지만 창업만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필요한 걸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다수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창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그리드잇을 통해 음식의 개발과 홍보에 매진할 생각이다. 그는 “음식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콘텐츠이다 보니 그만큼 지금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행복한 삶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안 넘버원’ 푸드 미디어이자 기업가의 꿈도 드러냈다. “현재 2000만 명 정도의 아시아 푸디(foodie, 식도락가)들에게 음식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젠 콘텐츠로의 접근만이 아닌, 실제 새로운 음식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서 축제도 열고 한식을 해외에 알리면서 해외 음식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