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도전받는 민주주의…세계 경제도 위험하다

입력 2018-03-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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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독재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쏟아지는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반발로 극우 민족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서구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인 관점을 떠나 글로벌 경제가 성장궤도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러시아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와 광고를 퍼뜨리면서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설에서 러시아의 진정한 목적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계속해서 쇠퇴시키는 것이라며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가장 믿음직한 존재로 간주됐던 민주주의 모델이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국가주석 2연임 제한을 철폐해 시진핑(習近平) 현 주석의 15년 이상 장기 집권의 길을 활짝 열려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론 조작은 물론 유력 야당 인사의 출마를 봉쇄하는 등 1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에서 4기 집권에 성공하고자 갖은 수를 쓰고 있다.

EU는 2016년의 충격적인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이어 최근 동유럽에서 극우파가 득세하는 등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를 통한 ‘민의(民意)’의 결집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비영리 단체 프리덤하우스는 1월 발표한 ‘연례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소수인종 권리, 언론 자유와 법치주의 등 민주주의 기본원칙이 세계 곳곳에서 공격받고 있다”며 “지난해 수십 년 만에 민주주의가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민주주의 지수가 12년째 후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은 정치가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삐걱거리면 경제라고 무사할 수 있을까. 매사추세츠공대의 경제학 교수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컬럼비아대의 수레시 나이두 교수는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에 기고한 글에서 1960~2010년 사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비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국가는 30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보다 20% 더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주의는 시민 자유를 증진시켜 경제개혁과 투자를 촉진한다. 끊임없는 견제로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사회 불안을 감소시킨다.

민주주의가 번영을 계속 가져다줄지, 아니면 쇠퇴해 경제적인 몰락으로 이어질지는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손에 달렸다. 미국은 11월 4일 중간선거를 치른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소셜미디어나 해킹 등을 통한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미국이 농락당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이 온갖 노력으로 구축했던 ‘집단지도 체제와 10년 주기의 리더십 교체’라는 원칙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로 회귀한 시진핑은 향후 경제위기가 닥치면 지금의 선택이 더욱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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