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가 금융당국이 기업의 회계장부를 검토하는 수준인 심사감리만 받아도 감사인을 지정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 감사인 지정제를 골자로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개정안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7일 “외감법 개정안(2020년 시행)은 지난 6년간 감리를 받은 상장사 중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없는 회사는 감사인 지정에서 제외하기로 돼 있다” 며 “감리를 심사감리 또는 정밀감리 등으로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리를 받은 모두 기업이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제정될 시행령에서 개정된 외감법의 해석을 좁힐 수는 없다” 며 “심사감리를 감사인 지정 대상에 포함하려면 다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외감법 개정안은 모든 상장사가 3년은 감사인을 지정받고 이후 6년은 자유 수임하도록 했다. 다만 과거 6년 동안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은 상장사 중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발견되지 않은 상장사는 감사인 지정에서 제외한다. 회계업계에서는 회계 투명성을 골자로 한 외감법 개정안 효과가 줄어들 것을 우려, 심사감리는 감사인 지정 제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금융당국이 받아 들이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이 실시하는 기업 감리는 심사감리, 정밀감리, 혐의감리 등으로 나뉜다.
2018년 2월 27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모두 2048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1~2016년 동안 감리를 받은 상장사는 모두 597개다. 이 중 상당 수 회사에서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적발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인 감사인 지정제에서 빠질 전망이다. 이밖에 외감법 개정안에서는 회계 처리의 신뢰성이 양호한 경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회사는 감사인 지정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나 대기업 계열 회사는 대부분 해당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감사인 지정제 대상이 축소되면 많게는 1000개 가량의 상장사가 외감법 개정안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당초 예상한 회계 투명성 강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심사감리도 정밀감리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