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TF 구성 시기 등 구체적 일정 못 잡아
금융당국이 추진하기로 한 ‘채용관련 모범규준’ 마련에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과 함께 모범규준 도입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사후처리 방침으로 내세운 ‘채용관련 모범규준’ 마련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채용관련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계획은 정해진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서 마련된 모범규준에 따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은행들은 각 사에 마련된 내부 규정을 기준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적용해왔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의 ‘모범규준’을 가이드라인으로 하되, 각 사의 개별 상황을 반영해 내부 규정을 손 볼 예정이다. 현재로선 은행들의 내부 인사규정에 채용비리 관련 규정이 없고 아직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기존 규정의 해석 여부도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채용관련 모범규준’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하지만 은행연합회는 금감원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감원과 향후 처리에 관해 TF구성 시기 등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가 없다 ”며 “어느 정도 범위까지 적용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길어지면 한 두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 KEB하나 등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지만 지금까지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늦장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모범규준 관련해 아직 추진중인 건 없고 계획만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 경영자율성을 존중하고 감독당국의 입장을 반영해 절충점을 찾아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용관련 모범규준’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시중은행 검사부 관계자는 “모범규준을 은행 내부 규정에 명문화하더라도 선언적 의미에 그칠것”이라며 “채용비리는 내부 규정을 직접적으로 적용 받는 일반 직원보다는 주로 고위 임원 등 윗선에서 이뤄지는 일이고 특히 사외이사 등 은행 외부인에 대해 적용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종적으로 검사 결과가 정리되는 대로 해당은행에 통보하고, 제도적인 부분에 ‘개선 요구’등의 방침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당국이 민간기업인 은행의 일거수일투족을 제재할 수 없기에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은행의 자체 정화작업이 요구될수밖에 없다.
이병훈 고용노동행정 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공고한 네트워킹 안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져오던 일”이라며 “모범규준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지만 제도 이전에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