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1조5000억 달러 투자ㆍ무역 부문은 원론적 입장 제시 그쳐…북한에 최대 압박 역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연두교서 연설에서 자신의 정적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피하면서 ‘안전하고 강하며 자랑스러운 미국 건설’을 위한 초당파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여전히 이민문제와 2016년 대선에서의 러시아 개입 의혹 등 여야간의 갈등이 첨예한 상태에서 트럼프가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3일 가까스로 셧다운(연방정부 일부 업무중지) 사태에서 벗어났지만 예산을 둘러싼 갈등을 의회가 해소하지 못하면 다음 주 새로운 셧다운 위기에 직면한다.
트럼프는 이날 80분으로, 역대 대통령 연설 중 손꼽히는 장문의 연설을 통해 5개 핵심분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 인프라= 트럼프는 “무너지는 인프라를 이제 재건할 때”라며 “민관을 합쳐 1조5000억 달러(약 1605조 원)의 인프라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의회에 요청했다.
공화당 소속의 톰 엠머 하원의원은 “인프라는 이제 의회의 손에 달렸다”며 “트럼프는 이를 밖으로 꺼내는 환상적인 일을 했다. 이제 의원들이 인프라 투자에 관심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는 것과 더 많은 부채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트럼프는 인프라 투자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 일자리와 경제= 트럼프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경제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그는 “대선 이후 제조업 분야의 20만 개를 포함해 24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수년간 정체됐던 임금이 마침내 오르는 것도 목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금(Tax)’을 16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감세에 대해서도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트럼프는 “미국 법인세율이 35%에서 21%로 줄어 기업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감세 혜택을 보는 중소기업들과 보너스를 받게 된 300만 근로자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또 증시 랠리와 경제성장을 취임 1년차의 성과로 거론했다.
◇ 이민= 트럼프는 이민정책에 대해 4대 원칙을 제시했다. 최근 논란을 촉발한 다카(DACAㆍ불법 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와 관련해서 180만 청소년에게 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반대 급부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이민가족 초청 제한, 비자 추첨 제도 철폐 등 더 강경한 이민정책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타협안을 여야가 받아들일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장벽 건설 예산에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불법 체류 청소년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에 난색을 표시해왔다.
◇ 무역= WSJ는 트럼프가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관계 등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적 굴복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며 “나쁜 무역협정을 고치고 새로운 협정을 위해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연두교서 연설문 5000자 가운데 무역 부문은 78단어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입장은 유지될 전망이다. 그는 지난주 한국과 중국의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 안보=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서 최대 압박을 가하겠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가 우리의 본토를 조만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해 최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과거 경험은 우리에게 자만과 양보는 단지 침략과 도발만을 불러들일 뿐이라는 점을 가르쳐줬다”며 “우리를 위험에 빠뜨렸던 과거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에 대해 트럼프는 “지난해 동맹국들과 함께 IS를 지구상에서 박멸할 것을 맹세했으며 1년이 지난 지금 연합군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IS로부터 거의 100% 해방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IS가 완전히 패배할 때까지 우리는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의 약속을 뒤집어 “관타나모 수용소를 유지하겠다”며 “과거 우리는 수백 명의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을 어리석게 석방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