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고 있다. 애초 이 같은 정책이 부담스럽다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적극 동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이어 조만간 LG, SK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협력사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지난해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협력사와의 상생협력를 위한 8500억 원 규모 기금 조성을 공언한 바 있다.
SK그룹 역시 올해부터 경영목표와 핵심성과지표에 ‘공유 인프라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포함키로 하는 등 상생협력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LG와 SK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협력사 지원 방식이나 규모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소협력사를 위한 대기업의 최저임금 보상 지원책 마련은 삼성전자가 앞장섰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당장 1차 협력업체에 매기는 납품 단가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4일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5000여곳에 달하는 2·3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키로 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협력사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고통 분담을 해주지 않으면 협력사들이 줄 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15조20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대기업들은 당장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밖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시대를 대비해 예행 연습 및 시스템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일부 부서를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전체 부서로 확대했다. 지난 24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 SK하이닉스는 제도 정착을 위해 IT시스템 개선, 통근버스 시간 조정 등 인프라를 지속 보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