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이철경(李喆卿), 이각경(李珏卿), 이미경(李美卿)

입력 2018-01-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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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회담이 다시 열렸다. 남과 북 사이의 대화가 재개된 것만으로도 반겨야 할 일인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확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앞으로는 더욱 진솔하고 알찬 대화를 통해 남북 문제가 하나씩 풀려 나가기를 기원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 민족처럼 매정한 민족도 없는 것 같다. 갈라선 지 70여 년 동안 이산가족들이 그렇게 그리워하다가 결국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정을 코앞에서 수시로 보면서도 냉혹하리만치 철저하게 분단 상태를 유지하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로 오갈 수 없는 나라’로 남아 있기에 하는 말이다.

한글 서예의 대가인 이철경(李喆卿), 이각경(李珏卿), 이미경(李美卿) 세 자매도 남북 분단의 비극을 몸으로 겪으며 사신 분들이다. 쌍둥이 중 언니인 이철경과 동생 이각경 선생은 진즉에 작고하셨고, 이제 이미경 선생 혼자 남아 병상에서 100세 생신을 맞은 지난해 서예전을 열었다. 이철경 선생은 선생의 아호를 딴 ‘갈물한글서회’를 창립해 이미경 선생과 함께 대한민국의 한글 서예, 특히 궁체 서예의 보급과 교육에 큰 공을 세운 분이다.

선생의 유지를 받든 갈물서회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한글 서예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열정적으로 벌이고 있다. 한편, 북에 남게 된 이각경 선생은 공산당 체제 아래에서 공산당이 원하는 글씨를 써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광복 이후 북한에서 나온 독특한 한글체인 이른바 ‘각경체’가 바로 이각경 선생이 개발한 서체로 알려져 있는데 본래의 궁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측의 ‘판문각’ 현판이나 평양의 냉면집으로 유명한 ‘옥류관’ 현판 등이 바로 이각경 선생이 창작한 각경체 글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한국의 문자를 넘어 세계의 문자로 나아가야 할 우리 민족의 자랑인 한글, 그 한글의 서예미를 연구하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은 더 이상 막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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