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한 곳에서 12건에 달하는 보험을 들고 있으며, 보험료에만 월 소득의 20% 가량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보험료 부담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가구당 평균 보험가입건수는 11.8건이라고 9일 밝혔다. ‘위험 보장’이라는 보험의 본래 목적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구당 보험료 지출 금액도 높았다. 금소연에 따르면 한 달 평균 103만4000원을 보험료에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557만 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득의 18.5%를 보험료에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비자가 보험가입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10건 중 2건에 그쳤다. 지인의 권유를 통해서나 보험설계사의 친지로서 가입하는 경우는 47.5%로 절반에 가까웠다. 보험설계사가 본인의 실적 등을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13.5%에 달했다.
이처럼 비자발적인 보험가입이 많다보니, 보험에 가입한 뒤 해약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체 가구 중 26.5%가 최근 5년 안에 보험을 해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 중도해지 건수는 평균 1.6회다.
해약의 이유로는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서’가 29.2%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더 좋은 상품가입을 위해(24.9%) △목돈이 필요해서(11.9%) △지인권유로 불필요한 가입(10.3%) 등의 순이었다.
보험 종류별로는 생명보험의 경우 변액보험이, 손해보험의 경우 장기보험이 중도해지율이 높았다. 중도해지를 경험한 가구의 비율은 각각 35.6%, 38%에 달했다.
한편 저축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가구가 43%에 달해 ‘보장’이라는 보험의 본래 취지가 무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소연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43%가 저축을 목적으로 상품을 가입했다. 특히 저축성보험, 변액보험, 개인연금보험의 경우 자금마련이 목적이라는 답변이 66%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영 금소연 소비라이프연구소장은 “보험을 가입할 때 ‘위험 대비’라는 보험 본연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한다"며 ”정부는 공적연금제도 개선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심리적 재무불안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