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팔아라 기피증’…32곳 중 ‘매도 보고서’ 5곳, 해외 증권사 15곳 중 14곳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도 ‘매수’ 일색의 장밋빛 보고서만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증권사는 사안에 따라 적극적인 ‘매도’ 의견을 내서 대조된다.
27일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32개 국내 증권사 중 매도 보고서를 단 한 번이라도 내놓은 곳은 △하나금융투자 △한국금융투자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5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지난해 한 번도 내놓지 않았던 대신증권과 키움증권이 올해엔 매도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2곳이 늘어난 게 위안이었다.
국내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낸 기업(종목)은 총 8개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커버리지 기업은 늘었지만(203개 → 215개), 매도 의견 기업은 2개에서 1개로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올해 커버리지 기업이 200개에서 229개로 늘어났지만, 매도 의견을 낸 기업은 지난해와 동일한 2개에 머물렀다. 두 회사 모두 매도 의견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반면, 해외 증권사는 매도 보고서 발간에 적극적이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9월 30일 기준), 올해 해외 증권사 15개사 중 14곳이 매도 보고서를 내놨다. 매도 보고서 비중을 지난해보다 늘린 외국계 증권사는 5곳이었다. 해외 증권사 중 가장 매도 보고서 비중이 높았던 곳은 CLSA로, 34.8%가 매도 의견이었다. 그 뒤를 이어 메릴린치인터내셔날(26.1%), 모건스탠리(18.8%), UBS(15.8%), 맥쿼리증권(15.6%), 크레디트스위스증권(14.4%)이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와 해외 증권사 간의 시각차로 증시가 출렁이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JP모건도 내년도 최선호주 명단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했다. 그제서야 일부 국내 증권사들도 슬그머니 목표 주가를 낮추기 시작했고, 280만 원대를 질주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250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달 6일 삼성중공업이 올해와 내년 적자 전망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가 지나치게 후하다는 비판이 다시 한번 불거졌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를 볼 때 ‘중립’이라는 투자 의견은 사실상 ‘매도’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증권업계는 기업들의 눈치 때문에 매도 의견을 내놓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상장사로부터 얻는 수익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게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고객사가 항의하거나 심지어 나중에 보고서 작성할 때 기업정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국내기업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낮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과 증권사가 갑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증권사가 호의적인 보고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갑을관계 해소를 위해서는 증권사가 대형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해 기업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