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10년 ④] 혁신위 “키코 재조사” 권고...최종구 “전면 재조사 어렵다”

입력 2017-12-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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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하 혁신위) 등 민간 전문가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키코(KIKO) 사태에 대한 명확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혁신위 권고에 대해 최 위원장은 “할 수 없다”로 맞섰다.

이같은 시각 차이는 ‘책임의 소재’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이달 20일 발표한 최종 권고안을 통해 키코 사태는 감독당국에 명백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키코 사태는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이익·수익성을 소비자 보호에 우선해 처리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감독당국의 소비자보호 역할 실종이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손실과 피해를 끼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또 “감독당국은 중개 기능 책임을 다하지 않은 금융회사를 강하게 제재해야 했지만, 이를 소흘히 해 피해기업 수를 크게 늘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최종 권고안 보고서 128페이지 중 12페이지를 키코 상품의 사기성 증거와 감독당국의 대응 부실에 대해 서술했다. ‘상품의 사기성’과 ‘감독당국 부실 대응’이 ‘기업 파산’으로 이어진 인과 고리를 명확히 설명하며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키코 사태의 책임은 금융당국이 져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이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키코는) 검찰 수사, 대법원 판결이 끝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문제에 대해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며 혁신위의 발표를 단 하루만에 뒤집었다.

최 위원장의 이러한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것이 혁신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키코 재조사를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을 시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재조사가 이뤄지면 과거 키코 사태를 담당했던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사법 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 키코 사태를 담당했던 금융당국 관계자들 중 상당 수가 현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보호 기능을 금융당국에서 떼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지금, 조직 보호를 위해 키코에 대해 ‘노’라고 외치는 것 이외에 최 위원장의 선택지는 없었던 셈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키코 관련 권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압박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키코 대응도 혁신위의 권고안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금감원은 21일 최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직후 키코 피해기업의 분쟁조정 신청을 접수하겠다고 했다. 혁신위의 일부 재조사, 재발방지책 마련, 금융상품 판매중지권 도입 권고는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키코 사태의 분쟁 조정자 역할만 하겠다고 한 것은 여전히 감독당국은 제3자라는 시각을 견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코 사태는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 혁신위가 전향적인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둘 간의 추가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키코 관련 시민단체의 추가 소송이 금융당국을 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년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추진된다면 키코 사태 역시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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