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의 마이웨이…재벌과 대립각 본격화

입력 2017-12-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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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년 전 공정위가 내린 판단을 뒤집고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에 추가 지분 매각을 결정하는 등 재벌 개혁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자발적 개혁안’ 제출 시한으로 제시한 1차 데드라인을 앞두고 있어, 재계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매각’ 명령이 잘못됐다며 추가 매각을 담은 새로운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새로 마련한 방안을 소급해, 삼성SDI에 404만 주(5276억 원, 지분율 2.1%)의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처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SDI가 보유하게 된 삼성물산 주식 전량(약 400만 주)을 처분하도록 시행 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며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정된 내용의 핵심은 순환출자 고리 안의 소멸법인(삼성물산)과 고리 밖의 존속법인(제일모직)이 합병할 때, 이를 기존 순환출자의 ‘강화’가 아닌 새롭게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바뀐 것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에 위배돼 아예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번 결정으로 2년 만에 가이드라인을 뒤집으면서 공정위의 법 집행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소급적용 논란에 대해 김 위원장은 문제가 없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내부 검토뿐만 아니라 다수 법률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구한 결과 모든 행정학자와 경제법학자들이 소급과 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삼성 입장에서 기존 신뢰가 침해됐다는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직후부터 쉼없이 추진되는 김 위원장의 강공 모드에 삼성을 비롯한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말까지로 못 박은 자체 개혁 시한이 다가오는 것에 발맞춰 대기업에 대한 직권조사 등 지배구조 개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 체제에서 신설된 기업집단국과 디지털조사분석과가 인원 충원을 완료하는 등 진용을 갖춰 김 위원장의 재벌 개혁이 속도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진행한 5대그룹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며 “12월까지 개혁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구조적인 처방을 내리겠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 재계 관계자는 “명분만 옳다면 그에 따른 부담과 부작용은 누가 떠안든지 상관 없는 것 아니냐”며 “정권이 바뀌어 돌변하는 정책으로 인해 책임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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