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반발에 한달새 세차례 논의 무산...카풀앱 스타트업 망연자실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규제해소를 위한 논의가 또 무산됐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1박2일 간 마라톤 회의를 통해 카풀앱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 했지만 토론 이틀 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카풀앱 ‘풀러스’ 위법 논란이 처음 불거진 이후 한 달 동안 세 차례나 논의가 무산되면서 스타트업계는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1~22일 이틀간 강원 원주 KT 연수원에서 ‘1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개최한다. 당초 이번 해커톤은 카풀 앱을 논의하는 라이드셰어링(승차공유) 문제를 핵심안건으로 선정해 기대감이 높았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도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규제혁신 끝장토론의 주제로 카풀앱을 정한 데 대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 갈등 이슈이기 때문”이라며 “(스타트업과 택시조합 간) 물리적 충돌만 없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토론회를 코앞에 두고 카풀앱 관련 주제가 이번 해커톤에서 제외되면서 김이 빠졌다. 4차산업혁명위 관계자는 “카풀 앱 규제해소를 위한 끝장토론을 진행하기 위해 관련 스타트업과 택시조합 등을 참석시키려고 내부적으로 조율했으나 택시업계의 요청으로 토론회가 내년 1월로 잠정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카풀 앱 끝장토론에는 우버코리아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풀러스, 럭시 등 4곳과 택시 관련 협회, 조합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풀러스 관계자는 “토론회가 갑자기 취소돼 당황스럽다”며 “핵심안건이었던 카풀 앱이 빠지면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첫 회의부터 제 구실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계에선 1월로 연기된 카풀앱 토론도 예정대로 진행될 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택시조합뿐 아니라 그동안 이 문제를 이슈화했던 정치권도 카풀앱 토론에 한명도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발을 뺐기 때문이다. 택시와 카풀 업계 사이 대립각이 점점 날카로워지면서 표심을 의식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스타트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정책토론회’도 택시기사들이 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취소됐다. 이틀 후인 22일에는 서울시가 ‘카풀 서비스 범사회적 토론회’를 연달아 취소했다.
카풀앱 논란은 풀러스가 24시간 중 8시간을 자유롭게 지정해 카풀을 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유연근무제 확산 추세에 맞춰 출퇴근 시간대 개념을 확장시킨 서비스를 내놨으나 일각에선 법 조항에 위반된다고 해석해 제동을 걸었다.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에 따라 출퇴근 시간에 한해서만 유상 카풀을 허용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서울시는 풀러스의 시간선택제 서비스가 운수사업법 81조를 어긴 것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이번 해커톤은 당초 5가지 주제에서 카풀 앱과 엑티브엑스 공인인증을 제외한 핀테크(금융정보의 자기결정권), 위치정보사업, 혁신의료기기 등 3가지에 대한 규제개선 논의만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