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習)’이라고 써 놓고서 [시(xi)]라고 읽은 어처구니없는 4자성어(?) ‘결시해리決習解李’가 가진 문제를 하나 더 지적해 보기로 한다. 중국어에서 동사 뒤의 명사는 거의 다 목적어이다. ‘동빈구조(動賓構造)’, 즉 ‘동사+빈어(賓語=목적어)’라고 하는 중국어의 문법 구조 때문에 동사 뒤의 명사는 거의 다 목적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국어의 이러한 특징에 비춰본다면 ‘결시해리(決習解李)’라는 말은 “시진핑 주석과 결단하고 리커창 총리와 푼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없다. 이 말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의 뜻과는 무관하게 중국인들에게 ‘시진핑 주석을 결단하고 이커창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읽혀서 자칫 엉뚱한 오해를 야기할 위험마저 있다.
우선 편리하다고 해서 말을 함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글자가 가진 생명력이 거의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3000년 전에도 ‘채련(採蓮)’은 ‘연밥을 딴다’는 뜻으로 쓰였고, 지금도 ‘採蓮’이라는 두 글자를 보면 ‘연밥을 딴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뜻글자가 가진 무서운 생명력이자 보존성이다.
먼 훗날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모르는 채 ‘결시해리(決習解李)’의 ‘習’은 습근평 주석이고, ‘李’는 ‘이극강(李克强) 총리이다’라는 주석만 보는 사람은 응당 ‘시진핑 주석을 결단하고 이커창 총리를 이해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은 언제라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조어(造語)이다.
이처럼 자의적으로 말을 만들어 사용하다가 그 말의 사회적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 하나의 ‘유행어’를 만든 히트를 했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말 한마디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시적 편리를 위해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말의 엄숙성과 신성성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말이 바르지 못한 세상이 바로 난세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