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 등록 놓고 고민깊은 다주택자들

입력 2017-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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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하자니 매각ㆍ임대료 통제가 걸리고 안 하자니 높은 양도세가 부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요즘 집을 많이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고민이 깊을 듯싶다.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가하면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압박하고 있으니 그렇지 않겠는가.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다주택자들에 대한 임대사업 등록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이 정부 의도대로 임대등록에 적극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책에는 다주택자들의 임대 등록을 유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혜택이 없어 분위기가 냉랭하다. 이득이 별로 없는데 굳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눈치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8년 간 집을 마음대로 팔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살다 보면 급히 집을 팔아야 할 때도 있는데 이게 안 되면 누가 등록을 하겠느냐는 얘기다. 등록을 하게 되면 경기 상황을 봐가면서 매도 또는 매입을 통해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길도 막힌다. 정부 조치는 주택으로 돈 벌 생각 말고 임대 수익만 챙기라는 소리다.

임대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고 반면에 임대수요가 늘어나 전·월세가 오를 여지가 많다. 2~3년 전 전세가격 폭등 사태도 그만큼 전세 희망자가 불어나서 생긴 일이다. 집값 하락기에는 다들 집을 사기보다는 안전한 전세살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등록임대사업자는 전·월세가 올라도 연 5%의 임대료 인상 제한에 걸려 시세만큼 받을 수 없다. 물론 임대기간 끝난 뒤 양도세 감면 혜택으로 수익 보전이 가능하나 이도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으면 이득이 별로 없다. 통상 전세 값 상승기에는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월세는 높아지고 반대로 집값 상승폭이 낮으면 등록임대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다주택자가 마냥 등록을 거부할 입장도 못된다. 내년 4월부터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되는 양도세 가산세율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동탄2신도시, 부산 해운대·연제·동래·부산진·남·수영구와 기장군, 세종시 등이다. 조정지역 내의 2가구 소유자는 기존 세율에다 별도의 가산세율 10%가 추가되고 3주택 이상이면 가산세율이 20%로 올라간다.

현재 양도세 기본세율이 6~40%인 점을 감안하면 3주택자의 양도세율은 최고 60%까지 높아진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없어져 지금보다 세금 부과기준이 되는 과표액은 커진다. 3주택 보유자가 1가구를 매각했을 때 1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겨도 비용과 누진공제금액 등을 뺀 과표액이 8000만원이라면 기본세율 24%에다 가산세율 20%를 합쳐 44% 세율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양도 차익이 5억원이 넘어가면 가산세율 포함 최고 세율은 60%로 불어난다. 내년에는 최고 세율이 42%로 높아져 양도세도 그만큼 많아진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유리한지 아니면 그대로 있는 게 좋은지 세심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8년간의 임대소득보다 그동안의 가격상승에 따른 세후 양도차익이 크면 등록을 하지 않는 게 이득이다. 물론 종합부동산세와 임대소득세 등 다른 세금도 꼼꼼히 계산해 보고 수지타산을 가늠해야 오류가 적다.

정부는 임대사업 등록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생각만큼 좋지 않으면 2020년부터 2가구 이상 보유자는 모두 주택임대사업 등록을 의무화한다는 소식도 나온다.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만약에 그런 조치가 내려지면 시장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지 모른다.

등록 의무화 조치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봐도 되지만 당장은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조정대상지역에서의 양도세 가산세율 적용에 따른 파급력을 가늠하는 게 급선무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볼 때 집을 파는 게 유리하다면 지금부터 매도를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임박해 한꺼번에 관련 매물이 쏟아지면 팔기도 어려워진다.

구매수요가 풍성한 서울 주택시장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조용하다. 아마 저마다 수지타산을 맞춰보느라 분주한지 모른다.

이런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어떻게 하든 기존 민간 임대주택 시장을 정착시키려는 의지가 강해서다. 이번에도 대책이 먹혀들지 않으면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카드를 꺼내들게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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