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사드보복·영업규제 등 2017 유통가 달군 10대 뉴스는?

입력 2017-12-12 10:3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유통과 제조업계 종사자들이 올 한해 유통업계 가장 중요한 이슈로 ‘최저임금 인상’을 꼽았다. 이밖에 사드 보복과 영업 규제 등도 10대 뉴스로 선정돼 올해 ‘사면초가’에 내몰린 유통업계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12일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유통·제조업계 임직원 205명을 대상으로 10대 이슈를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 유통·제조업계 대책 마련 고심’이 1위에 꼽혔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돼 인건비 비중이 큰 유통업계는 늘어나는 비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국의 사드 보복 장기화 및 유통업계 탈중국화(2위)’와 ‘새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유통업계 촉각(3위)’이 주요 이슈로 꼽혔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설도원 부회장은 “저성장 장기화에 이어 규제 강화와 사드 보복 등 어려움이 많은 한 해였다”며 “이러한 가운데서도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 혁신을 거듭하고 PB를 확대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고 말했다.

해당업계 종사들이 꼽은 10대 뉴스를 살펴본다.

①최저임금 인상에 유통·제조업계 대책 마련 고심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인상하겠다는 새 정부의 공약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일자리 문제와 부의 양극화에 대한 대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놓았지만, 인건비 비중이 큰 유통업계는 비용 부담이 늘 것이 자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늘어난 인건비가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판매가가 오르면 장바구니 물가도 타격을 받게 된다. 유통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매장 판촉 인력을 축소시켜야 할지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신규 고용 축소는 물론, 기존 직원 해고와 같은 극단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무인 주문기를 도입하거나, 아예 직원 없이 운영되는 무인 점포를 대안의 하나로 내놨다. 이마트24의 경우 지난 6월 무인 편의점을 선보인 후 4개의 직영점을 무인 편의점으로 운영하며 수익성 증대를 꾀했다.

②중국의 사드 보복 장기화 및 유통업계 탈중국화

지난 3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유통·제조업체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강도 높은 보복을 이어갔다.

중국은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을 중단시켰고, 이에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대규모 영업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유커 덕에 웃던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은 관광 상권의 매출 급감으로 국내 사업 실적이 역신장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2% 기록한 데 이어 해외사업 실적도 신통치 않았다.

버티다 못한 롯데마트는 지난 9월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이마트도 중국 내 자사 매장 6곳 중 5곳을 태국 유통기업 CP그룹과 일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포기한 대신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동남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마트의 경우 몽골에도 신규 점포를 내며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갔다.

③새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유통업계 촉각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유통업계를 사면초가에 빠트린 주요 원인이었다. 현재 정부는 복합쇼핑몰과 아웃렛 등에도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정치권에서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규정된 월 2회 의무휴업 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고, 대규모 유통시설의 입지가 제한되는 ‘상업보호구역’을 신설하는 내용의 ‘복합쇼핑몰 패키지 규제법안’을 발의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경기 부진에 따른 매출 타격 등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업체들도 매출 증대와 신규 고용 창출 모두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무휴업 규제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대형 유통업계뿐 아니라 소상공인 단체들도 상생을 위한 방안이 규제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④저성장 기조 속 내수 소비 둔화 고착화

새 정부 출범 이후 회복세인 소비 심리와 내수 활성화 정책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구조적인 소비침체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고, 가계의 소비여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2017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3.1p 오른 112.3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111.2)에서 9월(107.7) 주춤했으나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유통업계는 3사분기 긴 연휴와 11월 이른 추위의 영향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었으나, 이러한 흐름이 실질적인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이르다고 보고 있다. 경기 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분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청년 실업률이 높고 실질임금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 호조가 내수산업 회복이나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⑤조류 독감 사태에 연이은 살충제 계란 파동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여름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이어지며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 원을 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설연휴를 앞두고 사태가 더 심각해지자 정부는 미국산 계란 가공품 52톤을 수입해왔다. 대형마트들은 1인당 계란 구매 개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조류 독감의 여파가 잦아드나 싶더니, 여름에는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었다.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 살충제 성분이 최초 발견된 경기 남양주시와 광주시의 농가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아 친환경 농가로 선정된 곳으로 소비자들의 충격은 더 컸다. SPC그룹 등 제빵·외식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도 계란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⑥주요 온라인 기업의 실적 악화 지속

온라인쇼핑 업계의 수익성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쿠팡, 티몬, 11번가 등 주요 온라인 기업들은 올해도 적자에 허덕였다. 쿠팡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손실이 565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액이 1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음에도 손실이 늘었다. 이는 물류 인프라 확충과 로켓배송 강화 등으로 과도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쿠팡맨’ 216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부당해고 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위메프와 티몬의 지난해 영업손실도 각각 636억 원, 1585억 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SK플래닛의 영업손실 3652억원 가운데 2000억 원이 11번가의 적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산됐다. 쿠팡과 티몬은 오픈마켓 등 사업모델 변화를 꾀하며 실적 개선에 나섰다.

⑦체류형 몰·그로서란트 마트 등 매장 혁신 시도

온라인 시장에 맞서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업계는 오프라인 포맷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은 고객이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며 집객을 높였다.

특히 신세계가 선보인 스타필드 고양이 하루종일 즐길 수 있는 체류형 쇼핑몰로 주목을 받았다. 스포츠몬스터, 아쿠아필드 등 대규모의 체험형 MD와 하우디, 라이프컨테이너 등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MD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몰의 진수를 보여줬다.

롯데마트는 기존 마트 포맷과 선을 그은 혁신 매장을 선보였다. 지난 4월 오픈한 양평점은 1층 골든존을 비운 대신 ‘도심 속 숲’을 콘셉트로 휴식공간을 만드는 파격 승부수를 띄웠다. 혁신 카드 2탄인 서초점은 레스토랑 수준의 식음시설을 하이퍼마켓과 결합한 ‘한국형 그로서란트’로 쇼핑공간을 혁신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아웃렛과 복합쇼핑몰을 결합시킨 상권 맞춤형 쇼핑몰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오픈했다.

⑧가정간편식 투자 확대로 HMR 시장 급성장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 2,541억 원으로 2015년 대비 34.8% 증가했다.

유통·제조업체들은 잇단 신제품 출시와 브랜드 론칭을 통해 가정간편식 시장 우위를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마트는 피코크를 냉동·냉장 위주의 간편식에서 확장해 곤드레 된장 국밥, 고사리 육개장 국밥 등 상온 간편식을 선보였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 7월 ‘오케이쿡’을 론칭했다.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이라는 콘셉트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유통망을 기반으로 ‘잇츠온’을 확장해나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0월 HMR 사업 비전을 발표하며, 햇반, 비비고, 고메 등 3대 HMR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동원홈푸드 ‘더반찬’은 서울 시내에 대규모 가정간편식 조리공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⑨네이버, 카카오의 온라인 커머스 사업 확장

네이버와 카카오가 커머스 사업을 본격 확대해 나갔다. 네이버는 지난 5월 자사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스토어팜 개편을 진행하고 온라인몰을 입점시키며 쇼핑 플랫폼인 ‘스토어팜’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특히,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네이버가 2013년 오픈마켓 서비스 ‘샵N’에 진출했다가 검색 사업자가 판매 사업까지 한다는 업계 반발에 부딪혀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업체들은 네이버가 스토어팜을 개편하며 또 다시 유통업에 직접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을 표했다. 한편 카카오는 비즈니스 상품 계정인 ‘플러스 친구’를 활용한 쇼핑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유통업체와 다른 이들만의 강점은 간편결제 서비스 등 유통 솔루션과 고객 데이터를 확보, 수집할 수 있는 거대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미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⑩‘노브랜드’, ‘온리프라이스’ 등 초저가 PB 인기 확산

장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 트렌드가 이어지며 소비자의 자체상표(PB) 상품 선호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제조사 제품과 비슷한 품질이지만 더 저렴하고 실속 있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PB를 론칭하거나 기존 PB의 품목을 늘렸다.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식품을 넘어 가전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 9월에는 32인치 TV와 간편식·냉동식 트렌드와 맞물려 인기를 끄는 에어프라이어를 내놨다. 또한 이마트24, 부츠 등 판매 채널도 확대했다.

올해 론칭한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는 천 원 단위의 균일가 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롯데마트는 양적인 PB상품 확대보다 기억에 남는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