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부정지시나 청탁ㆍ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무더기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5년간 2200건이 넘을 정도로 만연한 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기관장 부정지시나 청탁, 서류조작 등 혐의가 짙은 채용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정부는 8일 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결과와 향후 계획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10월 2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 긴급 간담회를 개최해 공공부문의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응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를 11월 1일 설치했다. 이어 각 부처 주관으로 공공기관의 채용과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11월 30일 마무리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330개 공공기관중 감사원 감사를 이미 받은 기관 등 55개 기관을 제외한 275개 기관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대상 공공기관의 과거 5년간(2013~2017년) 채용전반에 대해 현장조사 위주로 점검한 결과 총 2234건(잠정)이 적발됐다.
이번 적발 결과에 따르면 부정 지시나 청탁‧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높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143건에 대해서는 관련자에 대한 문책과 징계를 요구하고, 23건은 수사의뢰 조치할 예정이다.
채용비리 신고센터에는 12월 1일까지 290건의 제보가 접수돼 사실관계 확인 등 후속조치가 진행 중이다. 이 중 21건은 수사의뢰 조치했다.
적발된 채용비리 유형별 사례를 보면 부당한 지시나 청탁, 부당한 평가기준 적용, 모집공고 위반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한 지시나 청탁을 받고 채용절차도 없이 특정인을 채용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기관장이 공개경쟁 없이 특정인을 특별채용하고 이후 상위직급으로 재임용하거나, 기관장이 지인의 자녀 이력서를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해 채용을 지시한 경우 등이 있었다.
면접‧서류전형 등에서 위원구성이 부적절한 사례도 적발됐다. 응시자와 같은 사적인 모임의 회원으로 면접위원의 과반수(5명 중 3명)를 구성해 사전 내정자를 채용한 것이 대표이다.
평가기준을 부당하게 운용한 경우도 있었다. 점수를 부정확하게 부여하거나 고의로 조작한 경우, 채용과정 중 배점기준을 변경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비리 행위가 적발됐다.
모집공고 규정 위반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의 경우 모집공고를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시해야 하나, 모집공고를 홈페이지에만 공고한 이후 기관 내 전직 고위직이 추천한 특정인을 채용한 행위가 드러났다.
채용 과정 중에 전형별 합격자 배수를 임의로 조정하거나 선발인원을 변경한 사례도 있었다. 채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자를 채용하기 위해 경력이나 전공, 학위 등 임용요건이나 결격 사유를 확인하지 않거나 고의로 누락한 사례가 적발됐다. 경력, 졸업증명서 등 필요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해당분야에 경력도 없는 무자격자를 특별채용한 비리행위도 있었다.
정부는 각 부처의 건의와 신고 및 제보 사안을 중심으로 이달 5일부터 22일까지 주관부처와 특별대책본부, 국무조정실과 경찰청 합동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또 행정안전부와 권익위원회 주관으로 지방공공기관(824개)과 기타 공직유관단체(272개)의 채용과정을 12월 말까지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권익위와 각 부처에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채용비리 관련 신고와 제보를 받고 있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감사체계 정비, 적발․처벌 강화, 규정미비 보완 등을 포함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앞으로도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권익위의 채용비리 신고센터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며 “제보된 사안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