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 공제 규모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기업들도 인재 유치에 어려움 느낄 것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한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될 시에는 ‘뉴욕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주·지방 부동산세 납부액에 대한 세액 공제를 1만 달러(약 1082만 원)로 제한해 세율이 높은 뉴욕 시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뉴요커들은 더 무거운 세금 계산서를 받아들 전망이다. 지난 2일 미 상원을 통과한 세제개편안에는 주·지방 부동산세 납부액에 대한 세액 공제를 1만 달러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뉴저지, 뉴욕 주 등은 주·지방 부동산세율이 높기로 소문난 주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뉴욕 대도시가 될 것이라고 5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 국세청에 따르면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은 작년에 미국 도시 중 주·지방 부동산세 납부액에 대한 세액 공제를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받은 지역으로 꼽혔다. 맨해튼 납세자는 작년에 평균적으로 6만400달러의 부동산세를 공제받았다. 2위를 차지한 캘리포니아 주 샌머테이오 지역 납세자가 평균 3만9300달러를 공제받은 것과 비교하면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동시에 평균 세액 공제 규모가 큰 상위 12개 카운티 중 절반은 뉴욕 대도시 지역이었다.
뉴욕주립대 지역거버넌스연구소의 마이클 P.제이콥슨 소장은 “세제개편안이 뉴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며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주택 시장이다. 뉴욕은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동시에 부동산세율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상원 법안을 기준으로 뉴욕 맨해튼의 주택 가격이 2018년부터 10년간 약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커뮤니티 칼리지의 신시아 메트칼프 역사학 교수는 “의도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을 향한 공격처럼 느껴진다”라고 토로했다. 남편, 아이와 함께 뉴욕에서 사는 그는 현재 1년에 2만 달러를 세액 공제받는다. 공제 규모가 축소되면 세 부담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그는 집을 파는 것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트칼프 교수는 “뉴욕에서 과연 누가 우리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도 “특정 지역을 향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부유한 뉴요커들은 높은 세율을 피해 전부터 뉴욕주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주·지방 부동산세 공제액이 줄어들면 고소득 뉴욕시 주민이 대량 2~4%가량 빠져나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장기적으로는 뉴욕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기업의 인재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고경영자(CEO) 모임 단체인 ‘뉴욕시를 위한 파트너십’의 캐서린 S.와일드 회장은 “이미 높은 세금으로 허덕이는 뉴요커들에게 세제개편안이 쐐기를 박는 셈”이라며 “뉴욕은 지역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가들은 뉴욕에 들어오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합동조세위원회(JCT)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2018년부터 10년 동안 1조 달러 규모의 세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비용이 삭감되고 빈부 격차가 큰 뉴욕에서 반발이 클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년간 뉴욕시는 세계에서 가장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자 공공 유치원을 건립 등에 박차를 가해왔다”며 “그런데 행정부가 주도하는 세제개편안이 뉴욕시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