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0여 년간 보수적이었던 신한금융그룹의 M&A 전략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한금융이 국내에서 인수 1순위로 검토하는 분야는 증권사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3분기 말 자기자본은 3조2000억 원이다. 증권사의 초대형 투자은행(IB)업 인가 기준 하한선인 3조 원은 넘지만 국내 1위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7조3000억 원에 비해서는 크게 밑도는 수치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3조·4조·8조 원에 따라 단계별로 업무 영역을 확대해 주고 있다.
신한금융이 대형 증권사를 인수할 기회가 없진 않았다. 신한지주는 2014~2015년께 한 그룹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았지만 당시 한동우 전 회장은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 회장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인수할 만한 매물이 있으면 적극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간 첫 격돌이 예상되는 분야가 증권사란 전망도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은 증권분야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준비 중인 우리은행은 전 우리투자증권을 농협에 매각해 증권사가 없다. 우리은행은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나선 바 있다. 현대증권과 LG화재를 인수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M&A에 적극적이다.
이 때문에 대형 증권사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면 금융지주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등은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 이외에 중소형 금융사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재편 현안에 따라 현대차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시간은 걸릴 전망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의 주요 주주는 현대차(27.49%), 현대모비스(16.99%), 기아차(4.90%)다.
손해보험사도 신한금융이 인수를 검토하는 분야다. 신한금융은 카드사, 생명보험사는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손해보험사는 없다. 이 때문에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 다만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보험사의 자기자본 확충 현안 때문에 당장 인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른 전망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는 라이선스 사업이기 때문에 회계기준 변경 현안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매물이 나오면 신한금융이 인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은 국내에서 2002년 제주은행, 굿모닝증권, 2003년 조흥은행, 2007년 LG카드를 각각 인수했다. 신한금융은 LG카드 인수 당시 하나금융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당시 금융당국은 LG카드 매각과 관련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금융시장 안정화를 꼽았다. 이 때문에 업계 1위인 신한금융이 하나금융을 제치고 LG카드를 인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