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을 탄생시켰던 ‘벤처 신화’ 권성문 회장에게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불거졌던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면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경영 지속 여부’까지 거론하고 있다.
23일 검찰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전날 오전 8시 30분께부터 서울 여의도 KTB투자증권 본사에 있는 권 회장 집무실에 있는 컴퓨터, 회계 자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수시간 벌였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권 회장의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권 회장을 몇 차례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현재 권 회장은 사적인 업무에 수억 원에 이르는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권 회장은 7월 출자업체 직원을 발로 차는 등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문제는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결과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회사의 임원 자격을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회사가 신규 업무 도입이나 타 회사 인수 등을 추진할 때도 대주주 자격요건을 심사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고, 금융당국은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된 금융사 최대주주에게 주식매각 명령도 내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증권사 대표에서 물러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권 사장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KTB투자증권은 권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병철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만에 하나라도 혐의가 확정될 경우, 권 회장의 지위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KTB투자증권 공동대표로 선임되기 전부터 꾸준히 회사 지분을 매입, KTB투자증권 최대주주인 권 회장의 지분(보통주 기준 21.96%)을 바짝 따라붙고 있다. 취임 전에도 8%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11.38%까지 늘렸다. 이후 40여 차례에 가까운 지분 매입을 한 결과, 9월 말 기준으로 16.39%까지 늘어났다.
이에 대해,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계약에 따라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경영권 분쟁 등의 억측이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잠정 중단한 상태”라며 “권 회장 역시 거취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