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문서(hwp)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 창을 열면 맨 상위 메뉴 중에 ‘입력’이 있다. 이 ‘입력’을 클릭하면 ‘주석’이라는 하위 메뉴가 뜨고, 이 ‘주석’에 커서를 놓으면 각주와 미주라는 차하위 메뉴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각주와 미주의 기능을 잘 활용하면서도 그것을 왜 각주, 미주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각주는 ‘脚注’, ‘미주’는 ‘尾注’라고 쓴다. ‘脚’은 ‘다리(leg) 각’, ‘尾’는 ‘꼬리 미’라고 훈독한다. ‘注’는 ‘물 댈 주’라고 훈독하는데 그릇이나 어떤 공간에 물을 부어 넣는 행위를 뜻하는 글자이다. 지식을 ‘주입(注入)’한다는 것은 그릇에 물을 부어 넣듯이 머리에 지식을 부어 넣는다는 뜻이고, 약물을 ‘주사(注射 射:쏠 사)’한다는 것은 액체로 된 약을 몸안에 쏘아 넣는 행위를 말한다.
글을 쓸 때에도 원문의 의미가 보다 더 명백하도록 마치 어떤 공간에 물을 대거나 부어 넣듯이 자료나 설명을 끼워 넣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물을 부어 넣듯이 끼워 넣는 증거자료나 보충설명을 ‘注’라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는 끼워 넣는 것이 ‘물’이 아니라 ‘말’이기 때문에 ‘물(?:水)’ 대신 ‘말(言)’을 덧붙인 ‘註’도 사용하게 되어 지금은 둘 다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주(注든 註든)’는 책의 해당 페이지 바로 아래에 붙이기도 하고, 책의 맨 뒤 혹은 한 장(章:chapter)의 끝부분에 몰아서 붙이기도 한다. 해당 페이지 아래에 붙일 경우, 사람으로 치자면 다리(leg)에 해당하는 아래 부분에 붙였다는 뜻에서 ‘다리 각(脚)’자를 사용하여 ‘각주(脚注 혹은 脚註)’라 하고, 끝부분 즉 ‘꼬리’ 부분에 몰아서 붙인 경우에는 ‘꼬리 미(尾)’자를 사용하여 ‘미주(尾注 혹은 尾註)라고 한다.
일상의 언어생활을 각주나 미주를 붙이듯 꼼꼼히 하면 사람 사이의 말다툼이 좀 줄어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