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경제개혁ㆍ왕가 숙청 나선 근본적인 이유는?

입력 2017-11-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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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으로 기존 시스템 붕괴…개혁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 끌어올려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산업 의존에서 탈피하려는 경제개혁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달 왕족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권력을 강화하려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심리가 숙청의 배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작 디완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15일(현지시간)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32세의 빈 살만 왕세자가 나라를 뒤흔드는 행보에 나선 근본에는 더욱 구조적인 이유가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디완 교수에 따르면 과거 사우디는 세 가지 방법에 근거해 정치 안정을 유지했다. 첫 번째는 왕가의 집단 연대의식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당연히 풍족한 생활이다. 그러나 왕실이 너무 커지면서 연대의식을 지속하기 위한 비용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사우디 왕가는 3대째로 내려오면서 왕족과 그 측근의 수가 5000명을 넘게 됐으며 이들이 쓰는 비용은 연간 300억~500억 달러(약 33조~55조 원)에 이르게 됐다.

두 번째는 왕가와 전통적인 엘리트 계층의 협력이다. 사우디는 왕실 이외에도 과거 부족사회 전통에 따른 유력가문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현재 사우디 엘리트 계층을 구성하고 있다. 사우디 왕가는 이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 정부 계약에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자금을 지원하고 경쟁에서 보호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세 번째는 엘리트 계층이 아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사우디 왕가는 경제적 안정을 담보로 충성심을 얻었다. 그 결과 사우디 국민의 75%가 민간 부문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는 공무원이 됐으며 공공예산의 대부분이 국민 복지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더는 불가능해졌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사회 불안정을 억제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

이라크와 이집트 알제리 시리아 등 사우디보다 인구가 많지만 석유는 덜 나는 국가들은 각종 보조금 제도를 통해 일반 국민의 지지를 얻는 대신 경제 엘리트들의 출현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는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도 정권 유지를 위해 민간 부문을 희생시키는 근시안적인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소비 수준의 사우디에서 이런 정책을 취하면 커다란 반발이 일어날 것은 뻔하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개혁을 통해 경제 파이를 더욱 키우는 길을 택했다. 디완 교수는 “사우디 젊은 층은 사회적인 해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도 사회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기를 원한다”며 “왕세자의 개혁은 충분히 실행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개혁에 저항하는 보수적인 왕실 일원들을 정리한 것이다. 다만 그의 의도가 성공하려면 정치는 제외하더라도 민간 부문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디완 교수는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시장의 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즉 일반 국민이 공무원이 되는 것보다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완 교수는 “궁극적으로 빈 살만 왕세자는 왕족과 엘리트, 서민 등 사우디 내 세 계층이 현재 짊어지게 될 단기적 손실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간주하게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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