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덕 불감증’ 만연…기업의 ‘새 리스크’로 떠올라

입력 2017-11-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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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하 한샘 회장 뒤늦게 진화 나섰지만 구체적 방지책 없어 불매운동 확산

▲서울 서초구 한샘 본사 주변. 연합뉴스

매출 2조 원 규모의 1위 가구기업 한샘에서 발생한 사내 성폭행 사건에 대한 온라인 비난 여론이 불매 운동으로까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기업 오너 리스크도 아닌 성도덕 불감증이 오랜 세월 쌓아온 소비자 신뢰를 한순간에 추락시키는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 발생 이후 처음 장이 열린 6일 한샘의 주가는 6%가량 하락 출발했다.

▲최양하 한샘 회장.
성폭행 사건이 최초 보도된 다음 날인 4일, 한샘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해외 출장에서 급거 귀국한 최양하 회장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임직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의 불길을 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초 몰카 범죄와 성폭행은 개인 범죄라 해도, 이후 인사팀장의 사건 은폐와 추가 피해에 이르는 과정은 조직적, 회사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한 명의 피해자에게 세 번 연속 성범죄가 발생하도록 내버려뒀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의 피해자 보호 노력이 없었던 것 아니냐”라는 의견을 밝혔다.

소비자들은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다. 홈쇼핑업계도 한샘 제품의 방송을 중단하거나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5일 저녁 예정돼 있던 ‘칼리아×한샘 마테라소파’ 생방송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른 홈쇼핑업체들도 한샘 제품 판매 방송 조정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이슈 청원에는 이날 ‘한샘 교육 담당자 성폭행 사건 올바른 조사와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안이 올라와 현재 1만1000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했다. 한샘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에서도 불매 운동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사내 성범죄가 직원 개인 간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조직문화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너 갑질 사례에서도 봐왔듯 소비자들이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서 등을 돌리게 되면 협력업체와 대리점주, 가맹점주들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더욱 높은 윤리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사내 윤리교육 전문가는 “사내 성범죄 사건은 대부분 조직 내 상급자의 갑질 사례일 가능성이 많다”면서 “일단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신상을 보호하는 선에서 가해자에 대한 사내외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하고, 높은 직급부터 낮은 직급까지 동일하게 적용해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샘은 여전히 구체적 대응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샘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사건에 대해 전파될수록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2차, 3차 피해로 확산할까 두렵다”며 “지금은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고 다음 직원들 대상으로 재발방지책을 알리고 있다. 대국민 사과는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시간을 두고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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