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출출한 새벽에 편의점에서 야식을 사먹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편의점 천국’ 일본이 ‘편의점은 24시간 영업한다’는 상식을 파괴한다. 대표적인 편의점 프랜차이즈 훼미리마트가 비용 문제로 심야 영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30일자)에서 훼미리마트가 일부 점포의 심야 영업을 종료하고 그 영향을 살펴본 뒤 24시간 영업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훼미리마트는 최근 일부 점포에서 영업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오전 6시에 영업을 시작하고 다음날 새벽 1시에는 문을 닫는 식이다. 이들 매장의 매출 감소량과 인건비, 광열비 등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뒤 심야 영업 종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언제나 열려 있다’며 편리성을 강조해온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시도다.
일본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은 1974년 1호점을 열고 이듬해부터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일본 편의점의 시초다. 훼미리마트도 80년대 초반부터 대부분 점포를 24시간 영업으로 전환했다. 현재는 철도 역사나 오피스 빌딩 내에 있는 매장 등을 제외하고 약 95%의 매장이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24시간 불을 밝혀온 편의점이 밤에 문을 닫기로 한 이유는 비용이다. 수년 전부터 다른 업계에서는 24시간 영업을 재검토했다. 심야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힘들고 인건비도 올라 이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그러나 편의점 업계는 프랜차이즈라는 특성 탓에 심야 영업 재검토 논의를 미뤄왔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매출액에서 제품 원가를 제외한 매출이익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고 있다. 상품만 팔리면 인건비가 늘어나든 줄어들든 원칙적으로 본사 수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가맹점주는 심야 영업 경비가 늘어도 본사는 만두 1개만 팔면 흑자인 구도다. 이 때문에 본사는 인건비 상승이나 인력난을 이해하면서도 로열티 감소와 직결되는 심야 영업 재검토에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였다.
후루야 가즈키 세븐일레븐 재팬 사장은 “영업시간을 오전 7시~오후 11시로 바꾸면 가게 전체 매출은 30% 감소한다”고 말했다. 가즈키 사장은 24시간 영업의 재검토에 대해 “사내에서 논의한 적 없으며 가맹점으로부터도 그런 요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케마스 사다노부 로손 사장은 “로손만 24시간 영업을 중단한다면 고객이 다른 체인점으로 갈 것”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본사의 출점 경쟁이 점포의 이윤을 줄여 비용 문제를 심화시켰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일본 내 편의점은 2016년 5만7818곳으로 지난 20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한 세븐일레븐 점주의 경우 개업 당시 1일 평균 매출이 65만 엔에 이르렀으나 지난 몇 년 동안 근처에 편의점 3곳이 개업해 현재는 일 매출이 50만 엔을 밑도는 수준이며 연소득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24시간 영업의 중단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소비자의 편의가 손상된다는 점이 영업시간 변경의 난관이다. 편의점은 40여 년 동안 소비자 곁을 지켰다. 가까운 점포가 24시간 영업을 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과 안정감 덕에 편의점은 일종의 ‘사회적 인프라’로 지지를 받아왔다. 또한 언제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데 그치지 않고 파격적인 시도와 편리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성장했다. 편의점은 80년대 후반부터 공공요금 수납 대행을 시작했으며 각종 티켓 발행, 복사기·ATM기기 운영 등 여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24시간 영업을 이어가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나가와 현 일부 훼미리마트 점포는 자동판매기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는 미국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아마존 GO’와 같은 무인점포도 운영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