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 등 에너지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 기조에 발 빠르게 대응해 새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에너지 분야 대출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 투자은행(IB)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에너지산업 관련 기술이 발달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낮아지는 등 현실화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5%에서 2030년까지 20%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금융’ 이후 잠잠했던 신재생에너지 관련 대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총 3000억 원 판매 한도로 ‘KB 태양광 발전사업자 우대대출’을 내놨다. 지난 9월 출시된 신한은행의 ‘신한 태양광 플러스 기업대출’은 2009년에 선보인 ‘신한 솔라파워론’이 폐기된 이후 실정에 맞게 새로 준비한 상품이다.
올해 처음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도 출시됐다. 6개 시중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이 상품은 에너지공단이 신용보증기금, 은행과 함께 협업해 추진한 것으로 지난 2월 신한은행이 처음 선보였다. 신한은행‘ESS 플러스 협약보증’의 8개월간 대출 실적은 총 13건으로 165억 원가량의 금액이 지원된 상태다.
시중은행들의 신재생에너지 부문 투자도 활발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IB 부문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중장기 사업전략으로 내세웠다. 우리은행은 서남해 해상풍력발전소 건립에 금융주선으로 최초 4300억 원 규모를 지원했다. 신한은행은 총 1800억 원대 부산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사업에 투자하는 등 내부 프로젝트금융부를 통해 총 24건, 약 1조 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금융을 주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의 이러한 행보가 정권 초기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설립된 녹색금융협의회는 다음 정부에서 해체 상태에 이르렀고 은행들이 행장 직속으로 만든 녹색금융사업도 흐지부지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