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어려운 경기가 될 것” 美 세이프가드 위기에 머리 맞댄 정부와 가전업계

입력 2017-10-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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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천(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이동근 기자 foto@)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소비재 세이프가드는 이번이 처음인데 굉장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입니다. ”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대응에 대한 민ㆍ관 대책 회의가 끝난 후 외교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간 세이프가드 발동 위기는 주로 중간재(철강)에게서 발생했는데 중간재는 수요 업체들이 지원군이 됐다”며 “하지만 세탁기의 경우 최종 소비재라서 수요 업체가 없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를 비롯해 조지현 삼성전자 상무, 천문식 삼성전자 상무, 김승영 삼성전자 부장, 배두용 LG전자 전무, 강길성 LG전자 상무, 김남수 LG전자 팀장, 외교부 관계자 등 15명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을 놓고 대책회의를 했다.

강 차관보는 이날 업계와 나눈 얘기에 대해 “(2차) 공청회를 앞두고 민관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며 “정부와 민관이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고 공청회에 어떤 논리로 대응할지에 대한 깊이있는 토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세이프가드) 제외되도록 중점적으로 할 것이고 미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프리미엄 세탁기, 부품 등을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미국 세탁기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7%, 14%를 차지했다. 월풀은 38%를 차지했다. 2014년과 비교해 삼성전자가 7%포인트 증가한 반면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수출 물량 대부분을 태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LG전자는 창원공장 물량 20%를 제외한 나머지를 베트남과 태국에서 만들고 있다. 두 회사는 세탁기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미국 시장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ITC는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해 자국 가전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ITC에 세이프가드를 청원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베트남, 태국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세탁기에 최대 40%대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연간 1조 원대에 달해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미국서 가전제품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억8000만달러를 투입해 가전 공장을 짓고 있으며, 내년 초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건설에 2019년 1분기까지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월풀은 오히려 모터 등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 공장에서 조립하는 경우도 세이프가드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공장 건립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회의에 참석한 조지현 삼성전자 상무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 공장 건립 계획에 차질이 없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 배두용 LG전자 전무도 “(세이프가드가) 미국 공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TC는 공청회 이후 다음달 21일까지 제재 조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하고 12월4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를 보고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발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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