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줄소환 막자는 ‘증인실명제’…‘의원 이름 홍보수단’으로 전락 우려

입력 2017-10-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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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여야 논의…공개해도 마찬가지”, 시점·범위도 불명확 요식행위 가능성

▲정세균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4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증인실명제’가 도입된다. 이번 국감부터 증인을 채택할 때는 증인을 신청한 국회의원의 이름도 함께 공개된다. 과도하게 증인을 불러놓고 하루 안에 심문도 하지 않고 앉혀 놓는 등 ‘갑질’을 뿌리 뽑겠다는 정치권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매년 국감마다 반복되는 기업인 ‘줄소환’이 줄어들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보다는 ‘의원 이름 알리기’라는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대관팀 관계자는 11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번 국감부터 증인을 신청한 의원의 실명을 공개한다고 하지만 기업 측에서는 누가 누구를 신청하는지는 비공식적으로 다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정치권이 의도한 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 같다”면서 “오히려 의원들의 이름을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어서 증인실명제는 요식 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 역시 “증인을 신청한 의원의 이름이 공개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며 “여야 간사 간 논의를 거쳐 명단을 작성하기 때문에 절차만 놓고 보면 줄소환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3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는 국감 증인실명제 도입을 위해서다. 두 법안에 따르면 특정 증인을 신청하는 의원은 무슨 이유로 증인을 부르는지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국감 보고서에도 명시하도록 하기도 했다. 증인실명제 도입 전에는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증인과 참고인 등에 대한 출석 요구를 결정할 때 거수 또는 이의 유무 표결을 따랐다. 이 때문에 상임위는 최종 증인 명단만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번 국감부터는 증인을 요구한 의원의 이름도 공개된다.

정치권은 증인실명제를 통해 무분별한 증인 신청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날 4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증인실명제가 잘 시행되고 그 정신이 잘 정착되는 그런 첫 국감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증인을 신청한 의원 실명 공개 시점과 방식, 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개정안에는 해당 의원이 국회의장이나 소속 상임위원장에게 증인 명단과 신청사유 등이 담긴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개 규정이 없다. 상임위원장이나 여야 간사의 재량에 따라 증인 명단 공개 시점을 늦추거나 비공개로 매듭지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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