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녹색성장’·朴 ‘창조경제’등 정권 교체 때마다 경제정책 바꿔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의 베일에 가려졌던 혁신성장을 꺼내들었다.
소득 주도 성장을 골격으로 하는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철학)’의 두 번째 경제정책 방향인 셈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새로운 간판을 내건 경제정책들이 불쑥 튀어나오면서 5년짜리 단기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경제주체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양대 축으로 하는 경제정책 준비에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내달부터 연말까지 3개월간 14개에 이르는 혁신성장 대책과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혁신 생태계 조성, 혁신거점 구축, 규제 재설계, 혁신 인프라 강화가 핵심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 내수를 활성화해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수요 중심의 선순환구조다. 반면 혁신성장은 구조개혁이나 규제완화, 신산업 육성, 중소벤처 창업 활성화 등이 핵심인 공급 중심의 성장전략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을 맡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요 측면인 소득 주도 성장과 함께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을 줄기차게 역설했다.
8일 혁신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 소득 주도 성장 등이 중요한 축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또 다른 축인 혁신성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MB(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과 같이 정권 교체 이후에는 궤도를 이탈하거나 자취를 감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는 그 정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경제정책을 내놓기 마련”이라면서도 “바뀐 정책에 맞춰 개념과 방향을 새롭게 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귀띔했다.
정책 집행과 맞닿아 있는 산업계도 고충을 털어놨다.
산업계 관계자는 “경제정책은 일관성 있게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며 “다만 정권 교체 이후에는 새롭게 설정하는 경향이 심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구분하기 어렵고 실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창조경제는 정권 내내 실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의 개념을 정립하고 속도감 있게 집행 전략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방증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