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과 재일교포사업가, 그리고 신한동해오픈

입력 2017-09-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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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동해오픈 대회 전경
“매년 하는 대회지만 컨셉트를 잘 잡지 않으면 그냥 대회가 됩니다. 하지만 매년 색다른 컨셉트를 마련하면 조금은 특별한 대회가 됩니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듯이 대회도 하나의 생물처럼 생명을 불어 넣어야만 명품대회로 태어나니까요.”(이정 신한금융지주 차장)

신한동해오픈은 국내 남자 대회가 황무지일 때인 1981년 고(故) 이희건(1917년 6월 29일- 2011년 3월 21일) 신한은행 명예회장을 주축으로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에 거주하던 재일교포 사업가들이 모여 만든 프로골프대회다. 모국의 골프계와 친선을 도모하고 한국 골프 발전 및 우수선수 육성을 위해 창설된 것. 또한 초창기 대회부터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에서 유명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국제적인 골프대회로 열렸고 국내 프로골퍼들로서는 기량을 점검하는 기회가 돼 경기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

경기 성남의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창설한 대회명은 동해오픈 골프선수권대회였다. 간사이 지방에서 한국을 바라볼 때 동해가 보여 동해오픈이라 이름을 지었다. 초대 우승자는 일본오픈 챔피언 한장상(76)이 차지했다. 2회 대회는 한 장상이 최상호(62), 최윤수(69)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정상에 올라 대회 2연패를 자치했다. KPGA챔피언십과 한국오픈을 제외하고는 매경오픈(36회)에 이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신한동해오픈은 올해로 33년째다. 대회명은 9회때부터 바뀌었다.

매년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한동해오픈의 올해는 ‘10년후의 골프대회를 미리 체험한다’는 것을 테마로 잡았다. 이에 맞춰 슬로건도 ‘미래로의 첫발을 내 딛다(Tee off into the Future)’로 정했다. 그런 뒤 국내 골프대회 최초로 디지털 기술을 갤러리 서비스 및 대회운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신기술들을 골프장을 끌어 들인 것이다. 일단 올해 적용해 보고 성공한 것을 골라내 앞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신한동해오픈 갤러리 부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무인 버기 카메라를 비롯해 드론캠, 액션캠, 360도 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도입했다.

특히 대회 4일동안 동안 특정홀에 버기 카메라를 페어웨이 위에 진입시킨 뒤 무인카메라로 선수들을 촬영하는 등 실감나는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3라운드 마지막조와 함께 이동하는 스코어 캐디의 헬멧에는 360카메라를 부착해 실제 갤러리로 선수를 쫓아다니며 관전하는 듯한 느낌의 새로운 영상을 선보였다.

대회장을 직접 찾은 갤러리들을 위해서는 대회장 곳곳에 인터액티브 키오스크를 설치해 현재 스코어는 물론 자신이 관람하고자 하는 선수의 현재 위치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 할 수 있도록 했다. 18번 홀에는 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해 선수들의 티샷 궤적과 볼 스피드, 비거리 등을 3D그래픽으로 볼 수 있게 했다.

갤러리플라자에 위치한 신한 FAN클럽존에서는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VR골프온라인 가상현실 골프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 전문업체 가민(Garmin) 역시 별도 부스에서 클럽 샤프트에 부착된 센서의 일종인 트루스윙(TruSwing™)을 통해 스윙템포, 스윙스피드, 클럽의 궤도, 페이스 각도, 로프트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대회를 제대로 치르려면 상금 12억 원외에 20억원 정도는 더 쏟아 부어야 한다. 6개월 전에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RTF팀이 구성돼 대회 준비를 한다. 물론 담당자는 1년 내내 대회에 매달려야 한다. 그래야만 하나의 대회라는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아시아투어가 공동주관하기 때문에 아시아 19개국에서 132명의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해 기량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갤러들을 빼앗겼던 남자대회가 이번 신한동해오픈을 기점으로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이 열리는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
갤러리들의 눈길을 끈 선수는 일본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김찬(27)이다. 무려 425야드까지 날렸던 김찬은 3번 아이언으로 250야드를 훌쩍 넘기며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올 시즌 2승을 올린 장이근(24)도 날카로운 아이언 샷 감각을 발휘하며 갤러리들의 찬사를 받았고, 비록 컷오프는 됐지만 전역후 처음으로 배상문(31)이 출전해 2년 만에 팬들에게 샷을 선보였다.

재미난 사질은 장타자 이승택(22)이 먼저 불을 질렀다는 점이다. 9월 10일 인천 연서구 드림파크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 최종일 경기에서 한국프로골프 역사상 18홀 최저타수인 12언더파 60타를 대기록을 작성했다. 18홀 동안 이글 1개, 버디 11개, 보기 1개를 기록한 이승택도 340야드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자랑하며 외국선수들과 우승경쟁을 벌이고 있다.

갤러리들이 다시 신한동해오픈을 찾는데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한 몫 했다. 또한 시원하게 때려대는 호쾌한 장타도 볼거리였다. 여자 선수들과 뭔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남자대회의 강점에 대해 ‘노마드 전사’ 왕정훈(22·한국OGK CSE)은 “남자대회는 마치 볼이 깨질듯하게 질러대는 파워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남자 선수들의 파워풀한 스윙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를 좀 더 특별한 대회로 만든데는 신한동해오픈을 만드는데 주역이 된 자문단의 역할이다. 자문위원들이 선수들에게 특별한 후원을 했다. 3라운드 본선진출자 중 메인스폰서가 없는 한국인 선수 위주로 15명을 선발해 각각 후원을 했다. 국내 대회 중 처음이다. 선수들은 자문위원의 성명이나 기업로고가 새겨진 핀을 모자측면에 달고 플레이를 했다.

한국남자프로골프발전의 무한한 힘이 되고 있는 신한동해오픈. 신한금융인들의 혼(魂)이 살아 있음을 경기장에서 느낄 수 있다. 갤러리들을 즐겁게 하는 무대는 오는 17일 막을 내리는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 71·6953야드)이다. 청라골프클럽은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전세계에 설계한 골프코스 중에서 가장 빼어난 홀들만 골라서 만들 코스로 명성이 높다. 청라국제도시(인천)에서=안성찬 골프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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