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업체 마케팅 전략에 편승해서는 안될 것" 지적
인기 브랜드는 영원하다(?) 대형 건설업체가 분양한 고분양가 주상복합이 결국 청약에서 선전, 여전히 인기 브랜드의 고급 마케팅은 성공한다는 등식이 성립했다.
21일부터 청약접수에 들어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에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해운대 아이파크'가 그것이다. 이 아파트는 당초 3.3㎡당 평균 1650만원 선의 고분양가를 책정했으며, 슈퍼펜트하우스의 경우 3.3㎡당 4500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해 분양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이에 현대산업개발 측은 해운대 조망이 가능한 고급 아파트란 점을 끈질기게 마케팅에 사용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까지 직접 분양 마케팅에 참여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아이파크 삼성동을 내세우며, 이 아파트의 고급성을 선전해왔다.
결과는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20개 군의 주택형이 나온 청약접수에서는 1순위에서 8개군이 마감된 것을 비롯, 2순위에서는 추가로 7개군의 접수가 마감되면서 2순위까지 전체 공급물량의 75%가 털리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지는 2003년 이후 분양은 곧바로 대량 미분양으로 이어지던 부산지역 분양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대박'에 가까운 결과로 평가된다.
실제로 분양초기만 하더라도 부산지역 수요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실제로 같은 우동에서 먼저 분양에 들어간 두산건설의 주상복합 '위브더 제니스'는 청약접수에서 1순위에서 단 1%만 접수가 되는 등 '미분양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시종일관 이슈화시키며 이 회사가 성공을 거둔 아이파크 삼성동을 주로 내세우며 고급화 마케팅에 '올인'했다. 전사적인 마케팅 집중과 서울의 인기 브랜드는 먹힌다는 부산이란 지역적 특성을 동시에 노린 마케팅 전략이 먹혀 들어간 셈이다. 여기에 향후 부산지역 부동산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일부에선 '묻지마 청약'심리까지 합쳐져 나온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즉, 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지역 부동산 시장이 '놀아 난' 것이란 지적이다. 부산지역은 규제 때문에 시장이 위축된 것이 아니라 공급 과잉에 따라 휴지기를 갖고 있는 상태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에서 해운대 아이파크 만한 물량은 충분히 있어 굳이 해운대 아이파크가 고급성을 내세우며 고분양가를 책정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의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주상복합은 특성상 2~3년 만 지나도 구옥이 된다는 맹점이 있어 신규 분양 업체는 언제나 기존 시세를 훨씬 웃도는 분양가를 책정하는 '관습'이 있다"며 "이와 함께 서울의 대형 건설업체란 점을 강하게 부각시켜 묻지마 청약 열기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산 위브더제니스의 청약 양극화 현상이 아직 부산지역 주택시장이 활기를 갖지 못한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두산건설의 '위브더 제니스'와의 청약 양극화는 '희소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의 경우 부산지역에서 '위브더 포세이돈'을 비롯, 적지 않은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공급했다. 모두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이들 물량은 초기 분양 시절에는 해운대 아이파크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지만 입주가 이루어진 현재는 '깡통 아파트' 신세로 전락해 있는 상황이다. 한 오피스텔의 경우 프리미엄을 보장받고 계약한 계약자들이 가격이 안오르자 집단으로 계약해지를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 측은 현대그룹 분리 이전인 90년대 후반 현대카멜리아를 분양했을 뿐 '아이파크'란 브랜드로 분양을 한 적은 없어 이 지역에서 희소성의 가치를 갖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순간적인 업계 마케팅 상승효과를 보고 섣불리 분양권을 매입할 경우 자칫하면 대형 폭탄을 안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 부동산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부산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시장 활황기 당시에도 이같은 고분양가 물량이 인기를 끌었던 적은 없다"면서 "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휩싸여 분양받을 경우 리스크가 큰 것도 감안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