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반격’, 포스트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새로운 가치를 말하다

입력 2017-09-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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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성취감, 소장 가치에 대한 매력으로 LP판, 필름 카메라, 보드게임 등 아날로그 관련 산업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는 포스트디지털 시대 새로운 아날로그 트렌드를 이야기한다.(뉴시스)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LP판,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가 때론 그리울 때가 있다. 간혹 톡톡 튀는 소리가 노래에 같이 들리던 LP판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이후 길을 걸어다니며 카세트테이프를 넣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워크맨(휴대용 카세트테이프 재생기)은 학창시절 필수품이었다.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동전 몇 개만 있으면 빌릴 수 있던 비디오테이프는 집에서 각종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볼 수 있게 했다. 추억 속에 있는 그러한 것들이 이젠 영영 사라진 것일까.

캐나다 비즈니스 및 문화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은 포스트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내며 새로운 아날로그 트렌드를 포착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디지털 라이프가 영구적인 현실이 된 지금, 오히려 역설적으로 새롭게 뜨는 아날로그를 이야기한다. 더 편리하고 단순하고 방대함을 추구하는 디지털 세대에게 아날로그의 유행은 또 다른 가능성과 미래를 제시한다.

아날로그는 디지털이 보편화 됨에 따라 점점 이용자 사이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과거의 세대들이 아날로그를 찾고 있고,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이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의 문을 연 사례를 들어보자. 실제로 ‘아마존 북스’가 오픈한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곳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아마존 북스는 “여기서는 구경만 하고 온라인에서 주문하라”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필름 카메라의 부활 역시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카메라의 홍수 속에 필름 카메라는 사장(死藏)되는 듯했으나 최근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필름 카메라는 필름 하나로 20∼30장밖에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반면, 디지털 카메라는 메모리 용량에 따라 수백∼수천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에 밀렸지만 오히려 젊은 층에서는 이런 단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의 보편화로 사람들은 수십∼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그러나 막상 하드 디스크, 메모리카드에만 사진이 저장돼 있을 뿐, 사진을 찍고 나서 다시 찾아보는 일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필름 카메라는 제한적인 필름 장수 때문에 사진도 비교적 신중하게 찍게 되고 필름을 인화해 사진을 소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사진첩에 간직하며 다시 꺼내보게 되는 것이다.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박상현, 이승연 옮김/ 어크로스/ 1만6800원

아날로그로의 회귀는 번거롭지만 조금 더 수고를 하는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성취감에 있다. 또한 ‘소장 가치’에 대한 매력 때문에 주목받기도 한다. 특히 디지털이 형태가 없어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반면, 아날로그는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 과거 아날로그로 인한 경험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다시 그 경험을 하고자 한다.

“같은 스테레오를 활용할 때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듣는 경험은 디지털 파일로 듣는 것에 비해 효율적이지 않다. 번거롭기만 하고 음향적으로 더 뛰어나지도 않다. 그러나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하드 드라이브의 음악을 꺼내 듣는 것보다 더 큰 참여감을 주고 궁극적으로 더 큰 만족감을 준다. 레코드판이 주는 경험에는 계량화할 수 없는 풍성함이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경험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저자가 말하는 아날로그의 또 다른 장점은 이윤이다. 승자독식, 소득 격차라는 문제를 야기한 디지털 경제와 달리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한 경제 모델은 기업 간 이익의 균형을 맞춰준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이 하나 더 생기는 것보다 작은 레코드점이나 시계 공장이 들어서는 것이 지역 경제에도 이윤과 활력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날로그의 반격’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다가오는 포스트디지털 경제의 모델이다. 그 모델은 기술의 미래를 바라보되, 기술의 과거를 잊지 않는다”라며 오늘날 필요한 것은 단순히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의 선택이 아닌 두 가치의 적절한 조화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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