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국민적 관심 속에 영화 ‘택시운전사’의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아픈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시위장면 내내 나오는 풍경이 있다. 연막탄처럼 보이는 포탄이 터지면 시민들이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서 계속 콜록거리며 정신을 못 차리고 허둥대는 장면이다. 이때 터뜨린 포탄이 바로 최루탄이다.
그런데 이 최루탄을 ‘최류탄’이라고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루탄의 의미와 용도를 따져보지 않은 채, 대강 발음만 듣고서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수류탄은 한자로 ‘手榴彈’이라고 쓰고, 최루탄은 한자로 ‘催淚彈’이라고 쓴다. ‘手榴彈’의 각 글자는 ‘손 수’, ‘석류나무 류’, ‘포탄 탄’이라고 훈독하며, ‘催淚彈’의 ‘催淚’는 각각 ‘재촉할 최’, ‘눈물 루’라고 훈독한다. 수류탄은 ‘손으로 던지는 석류 모양’의 포탄이라는 뜻이고, 최루탄은 ‘눈물을 재촉하는 포탄’이라는 뜻이다.
석류는 터지면 그 안에서 많은 석류 알이 나온다. 수류탄도 터지면 석류 알처럼 많은 파편이 튀어 인명을 해친다. 그래서 ‘석류 류(榴)’ 자를 써서 수류탄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최루탄은 눈이 따가워지면서 기침과 함께 눈물과 콧물을 흘리게 하는 ‘최루 가스’를 넣은 포탄이다. 최루탄을 터뜨려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기침을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게 함으로써 시위대를 해산시킨다.
그런데 이 최루탄의 ‘루’를 수류탄의 ‘류’와 동일시하여 ‘최류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1987년 민주화 항쟁 때, 직접 머리에 맞음으로써 이한열 학생을 숨지게 한 포탄이 바로 최루탄이다. 이한열 학생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최루탄’의 이름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최루탄, 이제는 역사 속의 유물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이름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