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 골프대기자
‘한국 선수들이 왜 강한가?’이다. 실제로 한국 선수들은 놀라울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88년 구옥희가 우승한 이래 28일까지 LPGA투어에서 161승을 올렸다. 한국은 올 시즌 23개 대회에서 13승을 올려 승률이 56.52%나 된다.
세계여자골프랭킹을 보면 더욱 실감난다. 500위 이내에 159명, 100위 이내에 39명, 10위 이내에 5명이나 들어 있다. 유소연(27)이 9주째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루키’ 박성현(24)이 세계랭킹 4위이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기량만큼이나 교과서적인 아름다운 스윙을 한다. 최근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의 스윙을 따라 하기 시작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여자 선수의 강인함은 일본에서도 유효하다. 29살 동갑내기 이보미, 김하늘, 신지애가 일본 그린을 평정하고 있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 선수들이 강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골프닷컴이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베테랑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커는 “한국에서는 골프 아니면 공부, (그들은)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는 기계들”이라고 말했다. 골프닷컴은 “미국은 운동에 재능이 있는 소녀들이 미국여자프로농구를 바라보거나 상금이 큰 테니스 쪽으로 진출하는 등 선택폭이 넓지만, 한국은 골프에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 선수나 언론들도 박인비에게 틈만 나면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박인비는 그냥 “코리안 블러드(피)가 있다”고 재치 있게 답을 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 선수가 세계여자골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K-팝’ 현상에 비유했다. BBC는 ‘한국은 K-POP의 나라일 뿐만 아니라 K-GOLF의 나라’라고 설명한 것이다.
우리는 골프에 재능을 보이면 골프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온 가족이 ‘올인’한다. 비단 박세리(40)나 김미현(40)뿐만 아니다. 외국 선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운전을 비롯해 식사, 캐디 등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한다. 또한 조기교육을 비롯해 선수들의 뼈를 깎는 훈련과 열정, 성실함, 정신력, 젓가락으로 상징되는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까지 보태져 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훈련 시스템도 한몫한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한골프협회가 만든 이 시스템은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리는 데 숨은 역할을 했다.
LPGA투어 우승을 견인하고 세계랭킹 선두그룹에 나선 선수들은 박인비를 빼놓고는 대부분 국가대표 출신이다. 유소연, 박성현, 31일 프로데뷔전을 갖는 최혜진(18·부산학산여고3),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39), 장정(37), 신지애, 장하나(25), 김세영(24), 이미림(27), 최나연(30), 전인지(23), 김효주(22) 등, 이들 모두 국가대표를 지냈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펼치며 극적 우승을 이끈 박세리의 성공을 보고 이를 ‘롤모델’로 삼은 ‘키즈세리’가 세계여자골프계를 움직이고 있다. 또한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가 등장하면서 ‘인비키즈’도 쑥쑥 자라고 있다.
그런데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 된 데에는 국내 기업도 일등공신이다. 기량은 선수 몫이다. 골프는 ‘멘탈’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대회를 만들고,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돈 걱정 안 하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은 엄청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주머니가 두둑하면 그만큼 마음이 편하다는 얘기이다. 마음이 안정돼야 골프가 잘된다.
골프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선수들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도록 골프장을 제공하며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 현대, 한화, 롯데, CJ, SK, KB금융, KEB하나금융그룹 등 대기업도 대회 창설은 물론 선수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삼천리, 볼빅, 하이트진로, 호반건설, 요진건설, 대방건설, 문영그룹, 동아회원권그룹, 넵스 등 중소기업도 가세, 골프단을 만들어 운영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골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어 한국 골프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