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주의’로 선회한 트럼프, 美 역사상 최장 아프간 전쟁 끝낼 수 있을까

입력 2017-08-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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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생중계 연설서 “우리 군대는 이길 때까지 싸울 것”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개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검문소에서 이날 아프간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카불/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01년 이후 16년간 지속돼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 전쟁으로 남아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구체적인 작전 내용과 주둔 미군 증원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아프간 전쟁을 확실히 마무리지을 때까지 개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아프간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미국인은 승리 없는 전쟁에 지치고 있다”며 “그러나 졸속 철수는 테러리스트들이 들어올 여지를 남기기 때문에 계속 미군을 주둔시키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라크에서의 실수를 아프간에서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아프간과 주변 광범위한 지역에서 미국은 엄청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우리 군대는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나는 문제 해결사이며 미국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병력 증원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언론매체들은 현재 아프간에 주둔 중인 8400명 미군의 절반 수준인 4000명가량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군은 지난 2010년 아프간 주둔 규모가 1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나서 계속 줄어들었다. 트럼프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는 철군을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실현하지는 못했다. 10년 넘게 계속된 아프간 전쟁으로 약 2400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트럼프는 또 이날 파키스탄과 인도 등 주변국의 참여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테러리스트 소탕 작전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으며 인도에는 아프간 경제지원 등 협력을 주문했다.

이날 방송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해외 주둔 미군의 축소를 주장하는 등 고립주의적인 경향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미 육군기지 포트브랙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국민도 모르는 외국정권을 무너뜨리는 노력을 중단하는 대신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 세력 박멸에 주력하겠다”며 “‘개입과 혼란(intervention and chaos)’ 정책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는 개입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립주의를 이끌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경질되면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안보라인에 무게추가 기울게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실제로 배넌 축출을 결정하고 나서 지난 18일 매티스 장관, 맥매스터 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과 안보회의를 열어 아프간 개입 확대를 논의했다.

트럼프가 개입주의를 포기하려는 조짐은 지난 4월에 처음 보였다. 화학무기 사용에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을 전격적으로 감행한 것이다. 같은 달 미군은 아프간의 IS 본거지에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로 불리는 초대형 폭탄을 투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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